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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수록 익숙한 걸로”…상반기 식품 키워드 ‘아는 맛’


입력 2020.04.17 06:00 수정 2020.04.16 21:3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경기침체 현상…소비에 따른 리스트 줄이고자 하는 심리 커져

식품업계, 기본에 충실하거나 익숙한 제품 활용해 제품 선봬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에서 소비자들이 과자를 골라담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공황급’ 세계 경기침체가 식품업계의 신제품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보수적 소비를 지향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신제품보다 검증된 기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각 식품회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메가히트 상품의 ‘파생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상품 대신에 검증받은 히트 상품으로 안전한 소비를 하면서, 업계도 신제품보다는 기존 상품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농심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스테디셀러 제품이 신제품 보다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농심의 대표 제품 1,2위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올 2월 출고 매출이 작년 대비 각각 31%,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뚜기 진라면 역시 20% 성장했다.


농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 오뚜기의 진라면은 모두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제품으로 매년 기복없이 꾸준히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경제 위기상황 속에서 맛과 품질이 검증된 시장 대표 브랜드를 찾는 소비 심리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식품업계의 신제품 출시 전략도 바뀌는 모양새다. 아예 새로운 맛 보다는 장수 제품을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이거나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검증받은 제품을 통해 기존 단골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물론, 새 고객층까지 유입하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라면 회사들이 ‘미역 비빔면’을 내놓고 새로운 맛 트렌드를 이끌고자 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올해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맛으로 회귀했다.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4사 모두 올해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내놨다.


기본 비빔면에 맵기를 더하거나 면을 칼국수 면으로 바꾸는 정도의 시도에 그쳤다.


농심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 ⓒ농심

과자 신제품 역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식품업계에서는 새로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2014~2015년께 해태 허니버터칩, 이후 대박을 터뜨린 신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이달 농심이 원조 감자칩 ‘포테토칩’과 ‘김치사발면’을 조합한 ‘포테토칩 김치사발면맛’을 출시했다. 앞서 3월에는 쫄병스낵 달고나맛을 내놓은 바 있기도 하다. 이 두 제품은 기존 인기 제품에 새로운맛을 더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웅진식품 역시 스테디셀러 제품을 활용했다. 1999년 출시된 대표 음료 아침햇살과 초록매실을 바 제형의 아이스크림으로 선보였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웅진식품의 스테디셀러 음료 아침햇살, 초록매실을 소비자들이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카테고리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식품업계에서 기존 인기상품을 활용해 신메뉴를 출시하는 이유는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제품 대비 마케팅 비용 절감 및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수 있기도 하다. 오래된 제품에 대한 신뢰 및 인지도와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이 흥행으로까지 이어질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통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지 않고 기존에 검증된 제품만 고집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어려울수록 지출을 아끼고,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일수록 기업들은 제품에 재미를 더하거나 기존에 알던 맛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아야만 히트 제품으로 이끌 수 있다”면서 “불황일수록 재밌는 일이 없기 때문에 ‘펀(fun)’한 요소를 가미한 제품만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 모을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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