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낸 기부금을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개수작TV'에서 길 할머니는 며느리인 조모씨와 대화하면서 기부금에 대해 "자손이 있는 노인네인데 저희들 맘대로 이렇게 어디다 기부하고 어디다 쓰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영상은 올해 8월 말이나 9월 초쯤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서 며느리 조씨가 "지금 법원에서 재판할 건데, 어머니 기부금 가져간 거 다시 어머니한테 돌려주세요. 소송하려고 하거든요"라고 말하자 길 할머니는 "그래야지"라고 답했다.
길 할머니는 "아무리 노인네라도, 자손들이 있으면 자손들과 상의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해야지 저희 멋대로들 다 해버리면, 그건 세상 사는 게 아니지"라고 말했다.
앞서 윤 의원은 정의연에서 이사장 시절 길 할머니의 치매 증세를 이용해 정의연 등에 기부를 유도한 준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준사기'는 상대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던 길 할머니에게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 중 5000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 이후 2020년 1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2920만 원을 추가로 기부·증여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어머님이 정의연에 기부한 7920만 원을 돌려받고 싶으시다는 의사를 밝히신 것"이라며 "정의연 측에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직접 요구한 적은 없고 지금은 어머님을 그간 이용했던 일에 대해 '죄송하다'는 진실된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조씨는 최근 윤 의원이 길 할머니 생신을 기념한다며 SNS에 와인 모임 사진을 올려 물의를 빚은 일에 대해선 "어이가 없다"며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정의연에서는 축하 연락이 왔으나 윤 의원 본인이나 보좌진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