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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빅데이터 시대 속 갈라파고스…규제에 '발목'


입력 2021.03.12 06:00 수정 2021.03.11 11: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마이데이터 진입 실패…데이터 3법도 의료기관 반발에 무용지물

업계 새 먹거리에 공익적 역할까지 제동…사회적 비용 손실 우려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 획득 기업 명단.ⓒ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보험사들이 금융권의 빅데이터 열풍 속에서 홀로 갈라파고스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사가 보다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보험업계 만큼은 금융당국의 규제와 의료기관의 반발에 막혀 좀처럼 혁신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의 새 먹거리는 물론 공익적 역할까지 장벽에 부딪히면서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준 28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보험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SC제일은행과 KB국민·신한·우리·현대·비씨카드 등 다수의 은행과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의 주체인 고객의 동의하에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허가를 획득한 사업자는 고객의 금융 거래 정보를 분석해 유리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는 본인과 신용도, 자산, 대출 등이 비슷한 이들이 가입한 금융 상품들의 조건을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 허가에서 제외된 건 애초에 사업권 신청조차 할 수 없도록 금융당국이 제한을 걸어 둔 탓이다. 금융당국이 이미 마이데이터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를 대상으로만 허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면서,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지 않은 보험사에게는 신청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논리가 혁신의 발목을 잡은 꼴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에 없던 신사업을 발굴하고자 마이데이터 사업권에 도전하는 회사에게 도리어 관련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보험업계의 정보 이용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넓어졌지만, 보험사들은 이에 접근조차 힘든 실정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 정보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정보 소유자 사전 동의 없이 통계 작성이나 공익적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 등에 개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아직도 보험사의 정보 요청을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 상품 개발은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데이터 3법 개정으로 헬스케어 상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란 보험업계의 희망은 여전히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의료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건강관리를 돕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고객은 보험료를 할인 받고 보험사는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출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실이 보험사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도 해가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헬스케어 보험 상품이 활성화되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생기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적극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도입 시 국가의료비는 2025년에 7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2030년에 가면 4조5000억원이 넘는 국가의료비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헬스케어 생태계 활성화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보다 제도적 개선이 훨씬 중요하다"며 "개인의 삶에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는 보험 산업이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어떤 금융업권보다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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