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욕죄 벌금 30만원, 대법 무죄 취지 파기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댓글에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해당 기자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을 달아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동차 전문지 기자였던 B씨는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인 'MDPS'의 장점 등에 관해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해당 기사가 포털 사이트 자동차 섹션에 게재되자 A씨는 댓글로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라며 "더욱이 당시 기사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모욕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부과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기레기'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해당 기사의 댓글란에 A씨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댓글이 여러 개가 있는 상황에서 이씨가 작성한 댓글은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댓글들에 동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레기'란 표현은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 글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