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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카드 건넸다면 처벌 안돼"…대법 판단


입력 2021.05.04 13:22 수정 2021.05.04 13:22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대법원 "대출의 대가로 카드 대여했다고 단정 어려워"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출을 해준다는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체크카드를 빌려줬다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6월 보이스피싱 조직 관계자로부터 "2000만원 이상 대출해 줄 테니 본인 계좌에 대출 이자를 입금해 놓고, 이잣돈을 출금할 체크카드를 보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이에 체크카드와 카드 비밀번호를 넘겼고, 수사기관은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그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법률은 접근매체(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등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수단)를 대여하면서 관련 대가를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사용·관리함에 있어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어 2심은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면서 체크카드를 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A씨의 다른 사기 혐의와 병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체크카드를 빌려준 것이라며 "대출의 대가로 체크카드를 대여했거나 당시 그런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는 대출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상대방의 기망으로 카드를 교부했다"며 "A씨가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러한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A씨가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봐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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