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설명차 北 접촉 시도
北 "잘 접수했다"는 반응 보여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북한에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던 북한은 이번 접촉에 대해선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접촉 물꼬가 트인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북미 접촉 여부와 관련해 "통일부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정부는) 북미 조기 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여러 접촉 과정을 거쳐 실제 북미가 빨리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북한에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북측에 접촉을 요청했다. 북측은 미국의 접촉 제안에 대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큰 틀의 대북정책에 따르면, 미국은 △'외교'와 '억지'를 대북정책 양대 기둥으로 설정하고 △싱가포르 선언을 포함한 과거 북미 합의 사안을 토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점진적 비핵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 접근법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은 만큼, 미국의 이번 접촉 제안은 관련 내용을 북한에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의 접촉 제안을 "잘 접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실무 차원의 반응으로 향후 북한 당국 차원의 논의 결과에 따라 실질적 북미 접촉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다만 북미 모두 공개 접촉에 대해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대화 채널은 비공개 형식을 띨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부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일관되게 요구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협상 재개를 위한 유인책으로 무엇을 제시할지가 중요해졌다는 관측이다.
결국 오는 2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좀 더 구체성을 띠게 될 대북접근법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10일(현지시각)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역대 어느 회담보다 실질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또 한미 양국이 만족할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뼈대가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우리 입장이 많이 반영된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대북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 40년 외교관 경험에 비춰 봐도 이 정도로 빈번하게 접촉하고, 또 깊이 있게 협의해가며 정책 공조를 이룬 시기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라며 "앞으로 미국 대북정책이 이행되는 과정에서도 물 샐 틈 없는 공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10여 차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