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 통한 대북 관여의지 재확인
선제적 제재완화 가능성엔 선 그어
정상회담서 종전선언 부각되진 않을 듯
미국이 대북제재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대북정책에 있어 '최대 유연성(Maximum Flexibility)'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기조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미국이 취할 최대 유연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 전략을 공개적으로 구체화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북정책의) 목표는 이 과정이 도전적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우리가 계속 노력하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그 과정에서 최대 유연성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가 최대 유연성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외교를 통한 대북 관여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 부대사를 역임한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대북정책을 "싱가포르 합의뿐만 아니라 이전 행정부의 다른 합의 위에 구축하려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싱가포르 선언 계승에 반색하며, 해당 선언의 후속조치로 검토되던 종전선언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특히 오는 21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논의가 진전을 이루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하려는 희망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 예견하거나 논평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종전선언이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미국은 선제적 제재완화 가능성도 거듭 일축하고 있다. 한미 각급 협의체가 다양하게 가동될 때마다 양국 합의문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대북제재)에 대한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역시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유엔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핵합의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선제적 제재완화에 대한 야당(공화당) 강한 반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南北 '우회로' 뚫는 데 주력할 듯
포괄적 北 인권 접근 필요성 강조 전망
미국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 정부는 남북관계 활성화 카드를 미국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여건상 미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만큼,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운신 폭을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 지지가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입장"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대화 지지 의사를 밝히고,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히 영향력이 있구나'하는 인식을 북한이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남북철도 이슈는 제재 유예 영역으로 (미국에) 강력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당장 제재를 해제 또는 완화할 것이라고 얘기를 못 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회로인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면 한국이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정부는 미국이 강한 우려를 표해온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포괄적 접근' 필요성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인권 문제는 미국 민주당의 가치 외교에서 빠질 수 없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도 인권이기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 역시 △평화가 더 많은 인권을 보장한다는 점 △대북 인도지원이 더 실질적으로 인권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점 △교류가 더 자연스러운 북한 인권 증진을 이룰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지속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