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론조사서 오차범위 밖 1위 질주
나경원·김은혜, '유승민계' 겨냥 계파론 공세
당내 중진 세력, 신진 지지 선언 "변화 지지"
전당대회 분위기 달아올라…갈등 확대는 경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 레이스에서 30대 신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경쟁자들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하자 그를 향한 지지와 견제가 당 안팎서 혼재하고 있다. 신진 세력이야말로 당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지를 보내는 인사들과 이 전 최고위원이 특정 인물의 계파라며 견제하는 모양새로 나뉘는 모습이다.
최근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에 밀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24일 오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신진 세력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겨냥해 "특정 계파가 당을 점령하고 있으면 외부 후보가 당에 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지금 걱정되는 것은 공정한 경선 관리"라며 "몇몇 정치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고질적인 계파의 그림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의원 또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혁신적 변화가 절실한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는 '계파'가 없다"며 "누군가의 우산 아래 서는 것이 안전한 것임을 저도 안다. 하지만 그런 정치는 구태의 상징"이라 했다.
나 전 의원이나 김은혜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의 실명이나 특정 계파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발언은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바른정당 출신이며, 김웅 의원 역시 유 전 의원이 소속됐던 새로운보수당의 영입 인재였던 것을 두고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나 전 의원은 "당 대표는 멋지고 예쁜 스포츠카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가야하는 자리"라며 "국민들께서는 새로운 신진이라 하니까 보기 좋게 보는 것 같다. 보기 좋은 것하고 일을 잘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르게 판단을 하실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러한 견제에 곧바로 응수했다. 그는 나 전 의원의 인터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제가 올초에 주문을 넣은 차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매연도 안 나오고 가속도 빠른 전기차"라며 "깨끗하고, 경쾌하고, 짐이 아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내 권력을 나누어줄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당내 중진들로부터 신진 세력의 약진에 주목하며 사실상 이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젊은 바람이 전당대회를 휩쓸고 있다. 이 바람의 동력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며 "젊은 후보들의 돌풍은 당의 변화를 상징하며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한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며 "0선, 초선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토론회를 보며 발랄한 그들의 생각과 격식 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며 우리 당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유쾌한 반란의 주인공 같은 대표가 선출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지내며 2030 청년유세단을 주도해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만큼,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지지 선언을 했다는 정치권의 해석이 쏟아졌다.
오 시장의 발언에 이 전 최고위원도 "선거 캠프에서 많은 것을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했다.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내서 '첫날부터 능숙하게' 당을 개혁해 낼 것"이라 화답했다.
김웅 의원 또한 "처음에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당대표 도전이 이제 거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당의 변화를 이끌어오시던 원희룡, 오세훈 선배님들의 응원도 뜨거운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당, 가장 혁신적인 정당은 바로 국민의힘"이라 호응했다.
당내 견제와 지지가 이어지며 전당대회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르는 가운데, 자칫 계파론과 유력 인사의 특정 후보 지지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계파 간의 갈등으로 규정짓기 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며 "과거 전당대회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없었던 만큼 당의 혁신과 변화의 일환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