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송영길, 조국 사태 입장발표
"부모찬스로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 안겨"
민주당의 내로남불 "반성해야 한다"고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와 관련해 사과했다. 법률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공정한 행위였으며, 이를 옹호했던 민주당의 '내로남불' 역시 반성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표창장 위조와 사모펀드 등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가혹한 수사"라며 여전히 감싸려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송 대표는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을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며 조국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문제와 자녀들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언행불일치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다.
조국 일가 혐의에는 "윤석열도 가혹하게 수사하라"며 물타기
다만 조 전 장관의 불법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나아가 "검찰의 가혹한 수사"라고 규정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오거돈 전 시장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시민과 피해자에 대한 솔직한 인정, 반성과 위로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과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조국 사태'를 두고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막기 위해 중간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하여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조국 "나를 밟고 가라"…강성 지지층 "송영길 탄핵하자"
"판을 깔고 사과를 할 것"이라는 민주당 관계자의 예고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내용었음에도, 강성 지지층은 거세게 반발했다. 실시간으로 송 대표의 입장을 청취하던 지지자들은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 "사과는 조국 전 장관 가족에게 하라" 등 격한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탈당하겠다" "송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전체를 탄핵하자"는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법률적 측면을 떠나 합법적이라고 할지라도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별개"라며 "조 전 장관과 이해찬 전 대표도 사과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고위원들과 사전회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이라며 당 지도부의 합의된 사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관련해 공식 자리를 마련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 아니냐"며 "당내 반응을 보면 알겠지만, 지도부로서는 상당한 결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송 대표의 사과표명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며 "민주당은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를 밟고 전진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