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자영업자 300여명 광화문으로…방역패스·영업제한 제한 조치 철회 요구
"지원금? 푼돈 필요없다, 장사만 건들지 말라…생존권 보장 안하면 1월 2일 총궐기 대회 진행"
정치인들 연설하려고 하자 "내려가라" 고성…신고인원 넘어 입장 못하고 울타리 밖서 구호
빚으로 코로나 버티는 자영업자들…자영업자 1인당 대출, 비자영업자의 4배 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에 또다시 직격탄을 맞은 전국 자영업자들이 서울 광화문에 결집했다.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철회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23일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대출이 1년 새 14% 이상 불었다. 특히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PC방 업계, 호프 업계 등으로 구성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도 국민"이라며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정책을 철회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집회 시작 전 QR확인, 접종여부 및 발열 체크, 인원 확인이 진행되면서 출입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예정시간보다 17분 늦게 행사가 시작됐다. 이날 집회는 2시간 가량 이어졌으며 정치인들의 연대사, 업종별 자영업자들의 발언,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한 300여명의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 시스템은 먹통, 정부는 불통' '2년 동안 우리는 약속을 지켰고 정부는 약속을 저버렸다' 등의 손팻말과 손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 방역패스 철회 ▲ 백신접종 완료자 대상 영업시간 제한 철폐 ▲ 소상공인·자영업자 직접 지원 및 손실보상금 확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반대 등을 촉구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2020년보다 2021년에 자영업자 대출이 150조원 넘게 늘었다"며 "페업자가 늘고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는 내년 1월 2일 더 큰 인원이 모이는 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에선 장사하면 죄인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영업 시설에만 있느냐"며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약속하면서 더 이상 소상공인 희생이 없겠다고 말했지만 또 이런 정책을 시작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조 대표는 "이제는 빚을 가져올 데도 없고 쌓인 빚을 갚으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방역당국에서 우리 목소리를 듣고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멈춰달라. 우리도 이제 살고 싶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연설을 시작하자 "내려가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객석에서는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정책을 만들어라", "지방에서 온 자영업자들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가 유세장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자영업자 목소리에 도움이 되고자 참석했다는 인천광역시 PC방 업주 방모(32)씨는 "5000만원 이상을 대출 받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방역 대책이 길게 이어지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왔다"며 "일률적으로 돈을 나눠주지 말고 매출 비율에 따라 손실을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답한 심정에 대구에서 4시간 넘게 운전해왔다는 호프집 업주 이동정(38)씨는 '술집은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9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하면 3시간 먹겠다고 오는 손님이 없다"며 "식당 종류는 여러가지인데 낮 장사는 되고 밤 장사는 안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정부가 주는 지원금 100만원은 한달 고정비 10분의 1 수준도 안된다"며 "적자로 버티며 대출만 1억원 받았는데 푼돈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분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공간대여업을 운영하는 윤모(34)씨도 "공간대여업은 연말 매출로 1년을 사는 업종"이라며 "방역지침으로 작년과 올해 손해가 너무 크다. 지원금도 필요없으니 제발 먹고사는 장사는 건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장소에는 사전 신고된 인원 299명만이 들어왔다. 다만 현장에서 방역패스가 없거나 신고 인원이 넘어 입장하지 못한 자영업자 수십 명은 집회 장소로 들어오지 못하고 철제 울타리 바깥에서 집회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일부는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며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도 사전신고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불법 집회로 변질할 것에 대비해 14개 부대 800여명을 배치했다. 또 집회 장소 길목에 울타리를 설치해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방역지침 준수 방송을 계속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2% 늘었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 속도가 전체 가계대출(10.0%)보다 빠를 뿐 아니라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5천만원으로, 비(非)자영업자(9천만원)의 거의 4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