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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마케팅?③] “완성된 작품도 다시 보자”…영상에 ‘재미’ 덧붙이다


입력 2022.06.06 17:02 수정 2022.06.05 14: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뷰티 MCN 기업 아이스크리에이티브 이주연 PD 인터뷰

"자막에 욕심 버려야...영상 흐름 해치지 않는 것이 관건"

“라이브 댓글 보면서 깔깔 웃느라 정신없었는데, 편집에 그 댓글이 모두 들어가서 너무 재미있어요.” “편집이 기가 막히네요.” “라이브도 재미있지만 편집본도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웃다가 침 흘릴 뻔.” “내 웃음지뢰.”


뷰티 MCN 기업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이주연 PD가 만든 영상물에 남겨진 반응들이다. 이 PD는 SBS ‘TV동물농장 애니멀봐’의 SNS 채널 담당으로 시작해 게임 유튜브 채널 편집자, 반려동물 업계 광고 PD를 거쳐 지금 스튜디오 아이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연출·편집하고 있다. 대표 크리에이터인 이승인이 진행하는 라이브 콘텐츠 ‘승인의 주저리’가 그의 작품이다.


당초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소설가를 꿈꿨던 그가 PD로 전향한 건 트렌드에 밝은 성격 탓이다. 이 PD는 “대학 시절 페이스북 영상 콘텐츠가 대세로 떠올랐고, 덩달아 유튜브도 뜨는 시기였다”며 “융합전공으로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게 되면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 전체를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PD를 꿈꾸게 됐다.


“원래 글로 전달하는 내러티브가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와 별개로 내러티브를 영상으로 담고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버라이어티 예능 형식의 콘텐츠를 좋아해서 PD를 업으로 삼게 됐죠.”


이 PD는 기획과 연출은 물론, 편집자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입히는 작업도 그의 손을 통해 진행된다. 특히 그의 자막은 회사 내부, 네티즌에게도 반응이 좋다. ‘자막=소통’이라는 이 PD의 신념이 만든 결과다.


“자막은 영상에 담겨있는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며, 연출자로서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콘텐츠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강조하고 확실하게 돋보이게 하는 필수 요소죠. 다른 플랫폼의 편집 방식과 비교해 보면, 유튜브는 문자 자막뿐만 아니라 적절한 포인트에 흔히 말하는 ‘짤’ ‘밈’이 들어가서 웃긴 상황을 더 극대화할 때도 많고요. 이러한 자막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장면 자체를 1차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2차적으로 자막의 보조를 받아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PD가 자막을 입히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기본 컷 편집이 끝난 후 전체 영상의 흐름을 파트별로 나누는 작업과 동시에 강조하고 싶은 장면을 체크해두는 작업, 두 번째는 출연자의 말을 그대로 적는 말 자막과 강조 자막을 나눠 정리하는 작업, 마지막으로 강조 자막에 대한 모션 효과와 CG 등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영상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영상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는 워딩과 디자인적으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워딩이 저의 의도대로 잘 받아들여질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지점은 없는지도 주의해야 하고요. 저도 모르게 민감한 워딩을 쓰지는 않았는지 자주 체크하는 건 필수고요.”


‘적절한’ 자막을 입힌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고 무작정 유행어나 신조어를 넣는다고 ‘좋은 자막’도 아니다.


“자막은 마지막까지도 거듭 체크를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면 항상 다른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는 편이에요. 실제로 유행어라고 생각해서 썼던 워딩이 알고 보니 특정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단어였던 해프닝이 있어요. 그 뒤로는 밈이나 짤,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하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파생된 것인지 재차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죠(웃음).”


ⓒ승인의 주저리

이 PD의 대표작인 ‘승인의 주저리’는 웹 예능 형식의 라이브 방송이다. 방송 이후에는 하이라이트 형식의 짧은 콘텐츠로 편집을 거쳐 다시 공개된다. 하이라이트 편집 본에서 그의 자막 센스가 빛을 발한다. 구독자의 댓글을 자막으로 덧입히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한다.


“대한민국은 ‘드립의 민족’이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웃음). 구독자분들이 라이브 때 재미있는 멘트나 이야기를 많이 남겨주는데, 실시간으로 워낙 빠르게 댓글이 올라가서 재미있는 드립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에는 구독자분들의 주옥같은 멘트를 놓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보면 ‘이 구독자는 개그 욕심이 있나’ 싶을 정도죠. 이런 형식의 댓글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건 혼자 시청하고 있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보면서 깔깔거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유튜브를 시청할 때 많은 분들이 영상과 댓글을 동시에 보는 것처럼, 애초에 자막을 영상 안에 집어넣는 식이죠.”


자막을 입히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 단연 ‘재미있다’는 댓글이다. 이 PD 역시 ‘재미있다’는 네티즌의 댓글에 힘을 얻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상 편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재미있다는 댓글이 별 거 아닐지 모르지만, 편집자 입장에서 그것보다 좋은 반응은 없는 것 같아요. 가끔 이런 반응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 사례들도 있죠. 무조건 유행어나 드립으로 채우는 방식은 영상의 흐름이 탁해지게 만들기도 해요. 자막에 편집자의 욕심이 채워 넣는 것보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를 부추기죠. 저 역시 이 부분을 명심하고, 제 기준이 아닌 시청자 기준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죠(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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