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주 4.5일제 요구' 금융노조 1만명 대규법 파업에…시민들 반응 '싸늘'
일반 직장인들 "적게 일하고 돈은 더 받겠다는 심보…금융노조의 럭셔리 시위"
자영업자들 "힘들지 않은 사람 누가 있나…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파업"
노조원들 "연봉 1억원? 시중은행과 달라, 프레임일 뿐…정당한 보상·근로조건 요구하는 것"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5.2%의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 시범 근무) 등을 요구하는 금융노조의 파업에 시민들 상당수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날 세종대로 일부 차선이 통제되면서 교통이 지연되는 등 이 일대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노조원들은 "우리들은 연봉 1억원씩 받는 고액 연봉자가 결코 아니다"며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 광화문사거리에서 진행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이번 총파업은 금융 공공성을 지키는 파업"이라며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 등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 집회·행진에는 금융노조 집행부와 39개 지부대표 및 간부를 포함해 1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더 많이 일하라, 주는 대로 받으라 강요하며 정부의 역할은 줄이고 공공기관은 자본의 먹잇감으로 넘겨주려 한다"며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주52시간제를 무너뜨리고, 무한경쟁의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걸 노동개혁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노조의 집회·행진 투쟁으로 출근길부터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시청역 방향 5차선 도로의 교통이 모두 통제되고, 양방향을 오가는 차량들은 나머지 4개 차로로 이동해야 해 차로가 좁아지는 구간에서는 차량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모(51)씨는 "세종대로 일대 차들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며 "아침 출근길에 집회를 여는 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경제 상황 속 금융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직장인 장모(34)씨는 "주 5일 일하면서 평균 연봉 1억원 못 받는 직장인들이 태반인데, 배가 불러도 한참 불렀다"며 "영업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임금을 줄여야 하는데 임금은 더 올리고 근로시간은 줄이겠다니 그냥 '적게 일하고 돈은 더 받겠다'는 심보 아니냐. 받을 만큼 받는 사람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광화문역 인근 직장인 김모(31)씨는 "광화문 시위는 꽤 많이 봤는데 금융노조 시위처럼 럭셔리한 시위는 처음 봤다"며 "고액 연봉자들 파업이라니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우리 회사에서 파업은 꿈도 못 꾸고 노조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화문역 인근 자영업자 이모(55)씨는 "지금 대한민국에 힘들지 않은 사람 누가 있나"라며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진짜 너무 한다"고 비난했다.
현장에 참석한 노조원들은 "'귀족 노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IBK기업은행 과장 A(45)씨는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들은 임금을 정부 예산으로 받는다. 고액 연봉자가 아니다"며 "9시 출근 오후 3시 반 퇴근한다고 하지만 하루 최소 8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다. 중소기업 은행 취지에 맞게 코로나 대출 업무를 진행해오는 등 야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30대 지방은행 직원 B씨는 "성과급을 시중은행처럼 많이 받지도 않고, 평균 연봉 1억도 아니다"며 "귀족노조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실질 임금 삭감을 강요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KDB산업은행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전하는데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들도 이전될 것 같아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까지 가두행진했다. 현재 금융노조 측은 5.2%의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제 1년 시범 실시), 점포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중단, 산은 부산 이전 중단 등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오는 30일 2차 총파업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