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 상향 조정 바람직하지 않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 연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 2%를 3%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월 물가상승률이 4.8%로 떨어졌고, 3월에는 4.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 연말에는 3% 초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0.5%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렸는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 통화정책 효과가 반영되면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5%대를 나타냈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8%로 떨어졌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 1년 반 동안 3% 정도 금리를 올린 것이 우리가 예상하는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점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며 "다만 미국의 통화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회복,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금리의 추가 인상과 동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 금통위의 중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경기를 걱정했다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할 텐데, 지금은 더 올리느냐 멈춰 서느냐를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보다 물가가 우선이고,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를 더 많이 했다고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물가 경로가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로 가고 있다고 확인됐을 때 금리 인하를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2%의 물가 상승률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금리 인하를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3%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 기대인플레션을 자극해 물가상승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다른 국가들은 2%인데 우리만 3%면 환율도 자극할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출되고,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0~4.75%로 상단 기준 한국(3.50%)과 1.25%포인트(p) 차이가 난다. 미국이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만 밟아도 한미간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로 확대된다.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절하될 것이란 인식이 많다"며 "하지만 경제이론으로 보면 금리차 자체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금리 차가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우려로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금리 격차가 너무 커졌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기는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 성장률이 1.6%, 하반기에 2% 정도로 본다"며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반등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잠재성장률(2%)보다 높은 수준으로 급하게 반등하는 건 아니고, 천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