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는 힘 있는 사람이 갖고 놀라는 공깃돌이 아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25 07:07  수정 2026.02.25 07:07

의원들이 대통령 호위무사대 결성

너무 일찍 표면화된 당내 파워게임

집권 민주당 입법 전차부대의 돌격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위한 의원모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위한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105명이 23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이라는 것을 출범시켰다. 정말 눈물겨운 충성심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은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는 단순히 특정인을 구제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모임의 이름에 굳이 이 대통령을 명시했을까? 그는 그저 공소 취소만 시키고 마는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기소의 정치적 배경과 외부 개입 여부를 밝혀내겠다”라고 모임의 운동 방향을 제시했다.

의원들이 대통령 호위무사대 결성

“공소를 취소해준다고 봐줄 것 같아? 어림없지.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정치적으로 강요해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재명 구하기를 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어? 일을 하자면 깨끗하게 해야지. 이 대통령 구하기가 아니라 나쁜 검찰과 그 배후의 정권을 징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법치 체제를 수호해낸 전사(戰士)들의, 애국충정에 추동(推動)된 역사적 거사(擧事)로 기록돼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국정조사 형식을 빌려 그 수사 및 기소가 윤석열 정권에 의한 정치보복이었음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지.”


‘공소 취소 모임’의 취지와 입장을 대변한다면 이런 말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 사람들의 허가를 받은 건 아니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개인적 상상에 기반한 매우 황당한 헛소리일 뿐이란 얘기다.)


이 대통령은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의 피고인이다. 이중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후였으니까 ‘정치보복’이었다고 해도 그건 ‘문 정부의 보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들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가? 아니면 기소 시점은 윤석열 정부 때였으니까 역시 정치보복이나 야당탄압이 되는 건가?


입법부의 구성원들이 ‘민주당의 당내 조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공공연히 통치권자의 호위무사대(護衛武士隊)를 자임하는 것은 본분의 망각이고 민주대의제도에 대한 조롱일 수 있다. 헌법이 분명하게 정해 놓은 국가 3권의 영역을 침범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이기도 하다. 100명이 넘는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이 대통령 혐의 세탁에 나서면 검찰(10월 이후의 중수청 및 공소청)과 일선 판사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들의 집단적인 수사 및 재판 개입과 방해 행위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작년에 대통령에 대한 재판중지법 입법을 시도했다가 대통령실(당시) 강훈식 비서실장의 만류(11월 3일자 브리핑)로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충성스러운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 채워진 사법적 족쇄를 영구히 풀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모양이다. 그냥 ‘이재명 영구 면소법’ 같은 것을 만들면 깔끔하게 해결될 텐데 왜 공소 취소 모임 결성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지 의아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의도가 있을 법도 하다.

너무 일찍 표면화된 당내 파워게임

모임 참여는 충성서약이나 마찬가지다. 집단적이고 공공연한 압박은 위력과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곧 해체될 검찰은 물론이고 그와 동시에 들어설 공소청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의 형사 혐의들은 말끔히 잊으라”라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하긴 대통령 휘하의 기관들이 통치권자의 형사 리스크에 대해 ‘망각’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면소법 같은 것은 이 대통령의 통치권이 강화·안정 국면에 들어선 후 입법을 시도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라도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충정 표시가 필요하다고 여겼음 직하다.


이 모임의 또 다른 의의는 민주당 내 친명(親明) 그룹의 세(勢) 과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의 당 장악력이 계속 강화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을 친명계로서 취할법한 대응 자세라고 하겠다. 정 대표에게는 원내 지지기반의 확충이 절실·절박한 과제다. 상대적인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친명계의 원내 우세 구도가 잠식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자칫 당 지도력이 심각히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명계 리더들이 ‘공소 취소’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었겠는데 굳이 명칭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앞세운 것은 그 성격을 분명히 하자는 뜻일 터이다. ‘이재명 옹위 세력’임을 공공연히 천명, (말하자면) 옥석의 구분(區分)을 분명하게 하고, 결속력을 유지·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인식된다. 특히 최근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서두름으로써 친명계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이 공개적 당내 파벌 형성을 초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집권 세력의 분열은 이상할 게 없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당 장악력을 유지하고 싶은 이 대통령과 하루빨리 명실상부한 당 지도자 위상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 대표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다. 문제는 파워게임이 너무 빨리 표면화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이 ‘개혁’을 당의 정체성으로 표방하고 선전해 온 만큼, ‘개혁 경쟁’은 불가피하다.


물론 목표는 같다고 봐야 하겠지만 방법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당 주도력을 강화하겠다는 정 대표 측의 마음이 더 바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이른바 ‘입법 전시상황’론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 민주당은 이미 본회의에 상정된 △3차 상법 개정안을 필두로 △법 왜곡죄 도입법,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도입법),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3법, △국민투표법 개정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 등을 24일 본회의 이후 차례로 상정해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권 민주당 입법 전차부대의 돌격

민주당의 한병도 원내대표는 24일 “오늘부터 8일간의 입법 전시상황에 모두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 달라. 뚜벅뚜벅 하나씩 하나씩 민생·개혁법을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독려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지만, 그것으로 민주당의 입법 전차부대(戰車部隊)가 멈출 리 없다. 특히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저항 혹은 심각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강행 처리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속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했으나 그 결론이 어떤 것이든 민주당의 폭주를 저지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의 내부 갈등과 계파 간 주도권 경쟁이 소위 개혁 입법의 과격화로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은 정치가 실종된 자리를 전쟁을 치르고 드는 구조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다수’는 그 자체로 정당성 합법성을 담보한다는 ‘다수결 신화’에 함몰돼 있다. 그들의 오랜 우군이었던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언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마치 ‘개혁 입법’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 같다.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것일까? 장기 집권을 위한 터 닦기가 시급하다고 여기는 인상이다. 누구를 위해? 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늘려주려는 것은 아닐 테고, 그다음 순번의 주자(走者)를 위한 돌격전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오해인가?


민주당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희망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그걸 믿는다면 어림없는 착각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우주 만물은 시시각각 변화하여 한 형태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불가의 지극히 비정치적인 이 가르침을 민주당에 상기시키고 싶다. 오늘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 대표, 그 외 모모한 인사들의 세상인 듯하지만, 그 권력관계도 변하게 마련이다. 형체가 있는 물건도 언젠가는 깨지게 돼 있는데 형체가 없는 권력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어떤 세력에게든 헌법은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 자기 기준에 맞춰 이용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법제는 오랜 전통 속에서 형성되고 정착된 국민 모두의 규범이다. 힘 있는 사람이 갖고 노는 공깃돌이 아니라는 것을 명념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꿀 수는 있어도 자신 또는 자기 세력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개정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는 반드시 그 갚음을 당하게 된다. 국민은 민주정치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을 훼손하는 세력을 격렬하게 증오한다.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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