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에 직장 동료 '여자 과장', '그녀' 지칭하고 '악질' 표현 담은 모욕성 글 게시
법조계 "실명 등 직접 언급 없어도 피해자 간접적 유추 가능하다면 모욕죄 성립 가능"
"온라인 글 기재, 비공개 작성 아닌 이상 공연성 쉽게 충족…개인 블로그 마찬가지"
"'악질' 표현, 통상적 강한 부정적·경멸적 의미 내포…모욕 인정된 사례 적지 않아"
ⓒAI 이미지
개인 블로그에 직장 동료를 실명 없이 '그녀', '여자 과장'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경우에도 특정 인물을 유추할 수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피해자 특정 가능성과 경멸적 의미 여부를 중시한 판결이자, 온라인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특정성과 공연성이 충족될 경우 모욕죄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미나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전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7월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직장 동료 B씨를 '여자 과장', '그녀' 등으로 칭하며 '악질 중 악질'이라는 내용을 담은 모욕성 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글 내용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특정할 수 없고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내용에 불과해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로그 글들을 통해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으며, 해당 표현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A씨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블로그 직장생활 게시판에 B씨의 직급과 승진·휴직 여부, 회사 업무 분야 등을 써 왔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블로그를 홍보하기도 했으며, 회사 동료들이 블로그를 방문해 글을 읽었을 때 대상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을 보면 피해자를 지칭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악질 중의 악질'이라는 표현 역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경멸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대전지법 전경.ⓒ연합뉴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온라인 상 모욕, 명예훼손 등의 경우 가장 문제되는 요건이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이다"며 "피해자의 실명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직장이 어디인지 노출해 놓았고 '여자 과장'이라고 간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기재한 상태이므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 상에 글을 기재하였기 때문에 공연성은 충족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나 피해자를 아는 누군가에게 해당 글이 노출된 것"이라며 "온라인 상 글을 비공개로 작성한 것이 아닌 이상 공연성 요건은 쉽게 충족된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개인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거나 제3자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 역시 부정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표현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모욕죄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경멸적 표현이 담겼는지가 관건"이라며 "'악질'이란 표현은 통상적으로 강한 부정적·경멸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모욕으로 인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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