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날 교섭 요구 쇄도…노사관계 지각변동 시작
하청 407곳 교섭 요구…7월 총파업 예고
사용자 범위·쟁의 대상 확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원청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지난 10일 시행되자 전국 원청 사업장에 교섭 요구가 쏟아지며 노사관계에 대규모 변화가 예고됐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첫날 하루 동안 하청 노조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청 노조 407곳 중 357곳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사내하청·사내용역·자회사 등 147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1만여명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한화오션, 현대중공업 등 16개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 기업도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가 인정되면 사용자로 간주된다.
노동쟁의 대상도 넓어졌다. 기존 노조법은 단체교섭 및 쟁의 대상을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한정했지만,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대상을 확대했다.
노동계 환호·경영계 반발…노사 정면충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원청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는 이번 법 시행을 노동권 확대의 계기로 규정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개정 노조법은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수십년간 투쟁해 온 결과”라며 “민주노총은 올해를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해외 투자나 공장 증설 등 경영 의사 결정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AI 발전, 산업 전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대응해 사업을 빠르게 재편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경우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따라 관련 사실을 공고하고 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 교섭 절차에 따르면 하청 노조가 개별 교섭을 요청하면 원청 기업은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만 있어도 모든 하청 노조와 노자를 대상으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기업들은 행정·법적 대응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노(勞勞) 갈등·총파업 예고…봄 임단협 ‘뇌관’ 부상
민주노총 조합원과 진보당, 사회민주당 의원 및 당원들이 지난해 8월 2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노(勞勞) 갈등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발간한 가이드에서 “임금이나 노동 조건 개선 등 성과 배분 문제에서 노노 간 이해 충돌과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한화오션 하청노조가 원청과 성과급 동률 지급을 두고 교섭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는 등 노노 갈등 불씨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현장 갈등은 봄 임금교섭 시즌과 맞물려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는 다음달 27일 대의원대회에서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한 집중 파업 시기와 규모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에 대해 압박 투쟁을 이어가고 오는 7월 총파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현장 혼란 최소화에 나섰다. 노동부는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을 배포하고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원·하청 고용구조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과의 대화를 제도화해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자율적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관된 원칙과 지원으로 현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노사 신뢰 형성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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