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료사고, 손해배상하면 형사처벌 면제?…위헌조항 삭제해야"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3.30 13:46  수정 2026.03.30 13:52

소비자·환자단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기자회견

"공청회 없이 속도전 입법…사회적 논의 결여"

"피해자 권리 박탈…형평성·특혜 논란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형사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앞둔 가운데, 환자단체가 “피해자의 권리와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과 피해자 권리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6건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안을 통합·조정한 대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한 경우 임의적 형 감면 규정을 두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보험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질 경우 의료인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제도 도입 이면에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불이익이 존재한다”며 “이 같은 특례가 자칫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제한하거나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도 없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시킨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에서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입법이 속도전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가 결여된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또 손해배상을 조건으로 검사의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형사 특례에 대해서도 “헌법상 기본권 보호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의료인에게만 형사상 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과 과도한 특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이른 경우에도 손해배상만으로 공소 제기 자체를 막는 제도는 국내 법체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충분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보험이나 배상으로 형사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잘못된 풍조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료인에 대한 형사 특례는 확대된 반면 피해자 보호와 공적 배상 체계 강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피해자 중심의 구제 체계라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피해자 어머니 류선씨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지, 형사 책임을 물을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형사 고소 여부는 피해자가 선택해야 할 권리이며, 손해배상이 진실 규명과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단순 과실로 발생한 필수의료행위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인이 분쟁 조정 또는 중재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했을 때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형을 감면하는 수준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위임하지 말고 ‘응급·중증외상·분만·중증소아’로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손해배상을 조건으로 한 검사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조항과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폐지 조항’의 삭제도 요구했으며 이 같은 입장을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와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더 늦기 전에 반영해야 한다”며 “생명권과 재판받을 권리, 평등권이 걸린 사안을 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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