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 다양화 시대 해법…영진위, 관객수→매출액으로 흥행 지표 손질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3.31 09:15  수정 2026.03.31 10:29

“MAX·OTT 시대…천만 관객 시대 균열

영화의 흥행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관객수 중심으로 집계해온 박스오피스 지표를 매출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티켓 가격이 다양해지고 산업 구조가 변화한 만큼, 기존 지표만으로는 영화의 성과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관객수 중심 흥행 지표는 티켓 가격이 비교적 균일하던 시기에 형성된 기준이다. 당시에는 관객 수가 곧 매출을 의미했고, 산업 규모를 가늠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극장은 IMAX, 4DX, 리클라이너관 등 프리미엄 상영관이 확대되고 시간대·요일·할인 정책까지 더해지며 입장권 가격이 다층적으로 나뉘는 구조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같은 관객수를 기록하더라도 실제 매출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관객수는 더 이상 영화의 실질적인 흥행 성과를 설명하는 지표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 같은 지표가 단순한 통계의 한계를 넘어 시장의 작동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이다. 관객수가 흥행의 절대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무료 초대권, 과도한 할인 이벤트 등 관객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이 반복됐고, 이는 실제 수익보다 기록 경쟁에 집중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결과적으로 산업은 매출 확대보다 관객수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이는 시장 왜곡 요인으로 지목된다.


팬데믹 이후 이러한 문제는 더욱 뚜렷해졌다. 극장 산업이 위축되고 투자 환경이 보수적으로 재편되면서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관객 규모가 아니라 손익분기점 도달 여부로 이동했다. 개별 영화의 극장 매출액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산업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관객수 중심 지표는 점차 현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도 이번 전환 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집계기준 개편 타당성 연구'에 따르면 미국·중국·영국·일본·프랑스 5개국 가운데 관객수를 공식 흥행 기준으로 삼는 나라는 프랑스와 한국 뿐이다.


다만 프랑스는 티켓 가격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돼 관객수와 매출액 간 괴리가 크지 않다는 전제가 작동하는 반면, 대부분 국가는 이미 매출액을 중심으로 박스오피스를 집계하고 있다. 미국은 극장 발권 시스템과 연동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을 집계하며, 지역별 가격 차와 IMAX·3D 등 프리미엄 포맷 확대 영향으로 관객수보다 매출이 산업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역시 매출 중심 통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주요 배급사 중심 일본영화제작자연맹이 데이터를 취합해 매출 기준으로 발표한다. 중국은 국가가 구축한 통합 전산망을 통해 전국 극장의 실시간 발권 데이터를 집계하며 매출액을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왕과 사는 남자’가 1567만 6534명으로 '명량'(1761만 명)에 이어 관객수 2위지만, 매출액은 1512억 7727만 6300원으로 '명량'(1357억 6415만 5310원)을 넘고 역대 매출액 1위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순위와 평가가 뒤바뀌는 셈이다.


다만 매출 중심 지표로의 전환이 곧 관객수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수는 여전히 영화의 대중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의미를 가진다. 몇 명이 영화를 봤는가는 수익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적 영향력을 드러내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박스오피스 체계는 매출액을 중심으로 하되 관객수를 병행하는 이중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지표의 전환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의 투명성이다. 매출 중심 집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티켓의 할인 전 가격, 할인 내역, 실제 객단가 등 보다 세분화된 정보가 공유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극장 측은 이를 영업기밀로 간주하며 공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 지표 도입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TT와 온라인 플랫폼이 영화 소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극장 매출만으로 영화의 전체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제기된다. 현재 통합전산망 역시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VKOBIS)이 2021년 별도로 구축됐지만 IPTV 일부만 포함하고 있을 뿐, 국내외 OTT 사업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OTT 데이터를 포함한 통합 지표 구축과 데이터 체계 마련이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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