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계도 끝…공원 내외부 음주시 과태료 10만원 부과
탑골공원 주변 노인, 음주 위해 식당·편의점 등으로 향해
엇갈리는 목소리…"예전에 비해 쾌적해져" "섭섭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외부 음주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일 오후 탑골공원 외부 담벼락에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부·외부 음주 단속이 1일 본격 시작됐다. 지난달까지 4개월이 넘는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이날부터 공원 내외부에서의 음주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속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들은 주변 상가 등지에서 음주를 즐기며 단속에 협조하는 모습이었으나 탑골공원이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만큼 일부 노인들은 단속 강화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종로구는 이날부터 탑골공원 내부·외부에서 음주 행위를 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구체적으로 문화재 보호 구역을 뜻하는 '노란 선' 안쪽에서 음주 행위를 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탑골공원은 1897년 고종의 총세무사로 활약한 영국인 존 브라운에 의해 조성된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3·1 운동의 발상지이자 대한민국 사적 제354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탑골공원은 음주로 인한 고성방가와 폭력 사건 등이 빈번해지면서 '역사적 성지'로서의 면모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종로구는 탑골공원의 역사적 상징성을 회복하고 무분별한 음주와 소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탑골공원 내외부를 관내 제1호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지난해 11월20일부터 올 3월 말까지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이날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종로구 관계자들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탑골공원 외부 담벼락 주위를 순찰하며 음주 단속을 진행했다.
1일 오후 탑골공원 외부에 위치한 편의점 밖 테이블에서 한 어르신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단속이 본격화된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탑골공원은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노인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탑골공원 주변 음식점으로 모이거나 편의점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탑골공원 근처 편의점에 설치된 접이식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80대 남성 김모씨는 "예전에는 공원 외벽에 쪼그려 앉아서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음주 적발시) 내야하는 돈이 부담되니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와서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강화된 단속에 아쉬운 목소리를 낸 노인도 있었다. 한 70대 남성은 "단속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돈도 없어서 겨우 한 잔~두 잔 정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건데 우리 입장을 이해 못 해줘 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근처에 아들이 살고 있어서 이 주변을 자주 찾는다는 김모(88, 서울 성동구 거주)씨는 "예전에는 담벼락 주변에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 보기 안 좋았다"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으니 예전에 비해서는 꽤 쾌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단속하다보면 억울해 하는 노인들도 많이 보게 된다"면서도 "탑골공원을 모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탑골공원 이용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노인단체에서도 노인들의 여가 공간 확보를 위한 고민은 필요하나 음주 단속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관계자는 "탑골공원은 어르신들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며 "단속에는 우리도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외부 음주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1일 오후 탑골공원 주변 거리 모습.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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