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정치9단'이고 '북한 전술' 편다?
여권 무상보육 논란에 '쩔쩔'…밥그릇 구호에 '덜덜'
“정치꾼이다.” “정치 9단이 아니라 18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여권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이 펴는 각종 전략에 여권은 주도권을 잃고 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이 꺼낸 무상보육 이슈는 여권을 고민에 빠뜨렸다.
특히 여당은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논란’에 명확한 스탠스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전면적 무상복지 정책에 ‘U턴’을 주장하고 있지만, 선뜻 동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구호싸움이 문제”라고 한다. ‘전략기획 통’으로 불리는 한 인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구호인) ‘아이들 밥그릇을 뺏을 것인가’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명슬로건”이라고 평가했다. “‘선택적 복지’가 맞지만, 반론을 하기 어려웠다. 이를 설명하는데 한참이 걸린다”고 했다. ‘복지=세금’이라는 공식도 ‘밥그릇’구호에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여당이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여야 모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무상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한번 시동이 걸린 복지드라이브를 되돌리기엔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가 핵심 고려 대상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박 시장의 ‘사전 선거운동’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펴는 동시에 박근혜정부를 향한 공격에는 적극적인 역공으로 방어막을 친다는 입장이다.
"'벼랑끝 전술-대화 제스처-공세 재개' 북한 전술 닮아"
또 다른 여권 인사는 박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벼랑끝 전술-대화 제스처-공세재개’라는 북한 특유의 3단계전술과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무상보육 논란에서 처음 꺼낸 카드는 ‘벼랑끝 전술’이다. 서울시가 당장 이달부터 예산부족으로 인해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아이들 밥그릇 뺏는 건 당신이다’, ‘그러니 어서 예산을 내놓으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의 정부에 대한 입장은 ‘대화-타협’ 보다는 ‘항복’요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에 내건 광고문구도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보육은 계속돼야 한다”로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여기에 박 시장은 “박근혜정부가 약속대로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포화를 쏟아 부었다.
동시에 서울시는 ‘대화 제스처’도 취했다. 3일 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과 만나 무상보육 재원마련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새누리당의 ‘무상보육 공개토론’제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박 시장을 고발하고, 원내대표와의 면담도 거절하면서 공개토론을 제의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모하기 보다는 정쟁의 수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적절치 않다”고 거부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 무상보육은 정부 추가 지원이 없으면 오는 10일 경에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께 무상보육 예산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또 다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층 격상된 ‘공세 재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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