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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다이빙벨' 이어 이번엔 '북한 출산' 미화 파문


입력 2014.10.11 08:23 수정 2014.10.11 08:29        김지영 기자

노동당창건기념일 맞춰 북한서 출산한 황선씨 부부 다큐 영화 상영

"많은 분들이 국보법의 탄압 안타까워해" 글 SNS 올리기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된 김철민 감독의 영화 ‘불안한 외출’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된 김철민 감독의 영화 ‘불안한 외출’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불안한 외출’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인 윤기진 씨와 황선 씨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부제에서는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 씨를 ‘양심을 지키기 위해 구속된 아빠’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가 비판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윤 씨 부부의 이력이다. 윤 씨 부부는 모두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장연합) 출신이다. 1998년 이후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국보법상 이적(利敵)단체로 판결받은 한총련은 2011년 5417건의 이적 또는 친북(親北) 게시물 게재로 홈페이지마저 강제 폐쇄됐다.

특히 윤 씨는 한총련 의장 출신이다. 윤 씨는 1994년 국보법 위반으로 체포돼 1년 6개월을 복역한 뒤, 1998년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10년 동안 수배생활을 하던 윤 씨는 2004년 황 씨와 결혼, 2008년 체포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 씨의 혐의는 이적단체 가입 및 이적표현물 제작·배포 등이었다.

윤 씨의 수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2년 2월 만기 출소한 윤 씨는 출소 직전 황 씨에게 쓴 편지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폄하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가 1개월 만에 다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출소한 윤 씨는 현재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부인 황 씨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황 씨는 1998년 한총련 의장이던 윤 씨의 지령을 받고 북한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했다가 이듬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북측은 황 씨가 입북했던 데 대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위한 더없이 의로운 일로서 결코 죄가 될 수 없다”면서 우리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여기에 황 씨의 출산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황 씨는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인 지난 2005년 10월 10일 평양 문화유적답사 행사에 참석 중 평양사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딸을 출산했다.

이에 대해 황 씨는 “당시 평양에 효도관광 차원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갔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다 진통이 와 양국 협조로 순산했다”고 해명했지만, 여행 당시 황 씨가 만삭이었다는 점과 출산일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었다는 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원정출산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지난해 한 종합편성방송 프로그램에서 종북(從北)부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던 윤 씨 부부가 영화를 통해 철저하게 미화됐다는 점이다. 영화는 윤 씨를 양심을 지키기 위해 구속된, 이 때문에 가족과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던 비운의 아버지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또 윤 씨의 사상보다는 가족에 초점을 맞췄지만, 국보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윤 씨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 황 씨는 SNS를 통해 “주인공 윤기진 씨와 가족 분들에게 여러 번 박수가 갔다”며 “많은 분들이 (영화에서) 국가보안법이 한 사람에게 가하는 탄압을 보며 함께 울고 안타까워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는 ‘다이빙벨’, ‘불안한 외출’ 등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10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인이 함께하는 문화행사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이 지원돼 치러지는 행사인데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성향을 띠는 영화들이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이어 “반정부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영화들이 어떻게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다이빙벨’은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상당히 결여됐다고 본다. 어떤 선정 과정을 거쳤는지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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