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북 인권 유린의 상징 정치범수용소 대해부②>
인권유린 완화는 없어…ICC 제소 피하기 위한 해체일 뿐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인권 유린의 '소굴'인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야 간사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가 일부 폐쇄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명 '만탑산수용소'라고 불리는 수용소의 규모가 확대돼 요덕수용소의 인원을 옮겨 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북한인권 유린의 '핵'인 정치범수용소의 현황과 실태를 짚어보고 정치범수용소 해체,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아이들에게 경비견을 풀어 공격하도록 하였는데 아이들 목을 물어 3명은 즉사하고 배를 물린 아이와 또 다른 아이도 물리고서 큰 상처를 입었으나 살아있는 상태에서 5명은 모두 생매장됐다. 한 탄광작업소에서는 홍역으로 4000여명이 한꺼번에 죽었는데 이들을 모두 집단 매장했다."(안명철의 '완전통제구역' 수기 중)
"보위원 한놈이 얼른 바닥에서 돌을 하나 집어들고는 사형수의 입을 내리쳤다. 이빨이 몽땅 부스러진 것 같았다.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보위원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돌을 그의 입 속에 틀어넣고 입을 막아버렸다"(강철환의 '수용소의노래' 수기 중)
경비병에 의한 수용자 즉결 사살, 만성적 굶주림을 참지 못해 쥐를 잡아 먹고, 무자비한 구타와 비참한 죽음이 기다리는 곳.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이 그곳을 탈출한 수용자들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병을 지내다 지난 1994년 탈북한 안명철 씨의 '완전통제구역'이란 수기에 따르면 경비병에 의한 수용자 사살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자신이 쓴 '수용소의 노래'라는 정치범수용소 체험수기를 통해 이러한 실상을 자세하게 적어놓고 있다. 강 대표는 책에서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한다니, 이건 살라는 것이 아니라 죽으라고 사람들을 깊은 산에 내동댕이쳐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적었다.
이 저서에는 강 대표가 9살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요덕수용소에서 10년간 생활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아이들마저 연좌제로 수감되고 정치범으로 취급된다. 특히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린 아이들은 허기를 이기지 못해 결국 개구리나 뱀, 쥐까지 잡아먹으며 살아남기 위해 죽음과 싸움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수용소 학교는 기본적인 교육기능을 제외하면 학교라기보다는 오히려 폭력적 감시 및 통제기관에 가깝고 강제노동을 통한 생산현장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선생님은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선생을 놀린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이곳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안전사고로 죽고 작업장을 이탈하거나 작업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구타를 당하고 비참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토끼사 증축작업을 하다가 흙더미가 무너져 작업을 하던 아이들이 깔려죽는 사건, 작업 중에 교원에게 욕을 한 학생이 적발되어 무자비한 구타와 책벌을 받고 죽는 사건 등이 기록돼 있다.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이곳 생활은 말 그대로 인간 이하의 취급, 더 나아가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단 수용소에 들어가면 주민으로서의 권리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도 모두 박탈당한 채 생산력을 제공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입소 즉시 공민증을 박탈당하고 선거권, 교육받을 권리는 물론 식량·생필품·배급은 물론 결혼·출산 등도 금지시킨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수용자들의 죄상에 따라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완전통제구역은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나 해외로 도주하려다 잡힌 정치범들이 죽을 때 까지 수용되는 곳이고 혁명화구역은 상대적으로 죄질이 경미한 정치범들이 수용돼 3~10년이 지나 심사를 거쳐 내보내진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항상 거론되는 곳이 바로 정치범수용소다. 수용소 탈출자 등을 통해 익히 알려져 왔듯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수용자들은 노예같은 중노동과 굶주림 그리고 짐승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이런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북한이 최근 가장 악명 높은 정치범수용소로 알려진 함경북도 요덕군에 있는 '15호 관리소'(요덕수용소)를 해체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여론에 밀려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개선에 나섰다는 해석들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북한 관련 언론 등에 따르면 북한이 요덕수용소를 해체하고 요덕수용소 인원들을 14호 관리소(개천수용소)와 16호 관리소(화성수용소)로 분리 수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요덕수용소를 해체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관련 탈북자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국제사회에 '정치범 수용소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북한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일부 조항 수정을 전제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방북을 허용한 것과 관련 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방북하도록 초청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결의안에 담긴 내용 중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능성을 언급한 조항 두 개를 삭제해 달라는 조건이 있었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북 허용에는 전제조건이 없어야 하며 결의안 채택과는 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의 약화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국제 사회의 압박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장소를 옮기거나 수용소를 숨기려하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강철환 대표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북한의 변화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용소가 워낙 부담이 되니깐 북한 형사 제도법 아래에서 처리하면 어떻겠나 하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인권유린이 약화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북한 움직임은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유린과 관련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감추기 위한 단순한 감춤에 불과할 뿐 인권유린이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강 대표는 "정치범수용소는 아무래도 북한이 형사체제 이외의 정치적인 이유로 불법적인 사형제라든지 그런 것을 하기 때문에 이걸 히틀러의 아우슈비츠라고 해서 비난이 일어 부담을 느껴왔다"며 "여기에 김정은을 ICC에 회부하는데 가장 큰 죄가 이 수용소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또 강 대표는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완화된 측면은 거의 없다고 봐야된다. 수용소 해체 정도로만 봐야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특히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이같은 관심이 너무 늦은 것 같다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강 대표는 "북한의 참상이 지구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최악의 하나가 됐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너무 늦은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특히 "요덕수용소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정치범들이 1만명정도 늘어나면서 요덕수용소가 아마 해체가 안됐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오히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수요자들이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다루스만 인권보고관 허용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ICC에 회부되는 것을 막으려고 북한이 노력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오히려 북한이 이를 감추려는 꼼수 때문에 수감된 정치범들이 더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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