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부사장? 승객안전이 우선, 대통령도 못할 일을..."
"기장은 램프 리턴 이유가 땅콩서비스인지 몰랐던 것으로 들었다"
‘땅콩 램프 유턴’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대한한공 부사장에 대해 현직 항공사 기장과 승무원들이 ‘월권 행위’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여객기 이륙직전 대한항공 승무원이 땅콩 봉지를 개봉하지 않고 승객에게 제공한 것을 본 조 부사장이 이를 문제삼아 '램프 리턴'을 시킨 것은 사소한 트집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20년차 현직 승무원인 권수정 씨는 9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사무장의 경우 전체 서비스를 관리 감독하고 보안이나 안전이 주요 업무”라면서 “그런데 비행기 문을 닫고 인사드리러 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비스 하나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고 보면 사소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땅콩을 봉지채로 제공한 승무원의 경우 매뉴얼상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륙직전의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 이륙을 지연시켰어야 했었냐는 것이다.
권 씨는 “해당 시간은 손님들이 다 탑승한 상황으로 출발까지 대단히 바쁜 시점”이라면서 “승무원의 제1업무는 비상상황시 손님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고 비행기 안전을 도모하는 것인데 그 시간 대에는 제 1업무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무원의 제2업무는 납치범 탑승 여부 확인이나 나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나 보는 것”이라면서 “어쩌면 승무원들의 부차적인 업무인 서비스 하나를 가지고 매뉴얼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그시간에 압박을 가한 것이고, 특히 오너가 그런 것은 다른 업무도 막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지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공법상에서도 문을 닫고 운항을 시작한 상황이었는데 승무원의 행동이나 안전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서는 항공법의 적용을 받는다”면서 “고성방가, 승무원의 안전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제지를 해야 함에도 불구, 해당 사람이 오너였기 때문에 감히 승무원들도 제지를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 탑승게이트로 다시 돌아가는 ‘램프 리턴’이 조 부사장과 기장 간 협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권 씨는 “기장과 부사장 간의 관계에서 과연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관계인지 봐야 한다”면서 “그 기장의 판단으로 넘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치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근무하고 있는 익명의 현직 기장도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출연해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경영방침을 현장에서 지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250명이란 고객이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라는 것을 망각하고서 자신의 경영방침을 무리하게 지시 하달한 것은 항공법에 저촉될만큼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이 기장은 “‘램프 리턴’은 응급상황이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 항공기결함, 폭발물·테러위협 제보 등을 조치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장의 경우 1만피트 도달할 때까지 이뤄지는 모든 대화는 비행안전과 관련된 것만 할 수 있는데, 당시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기내서비스 문제로 리턴해야 한다’는 초동 보고를 받은 기장이라면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당시 뉴욕공항의 주기장은 좁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항공기의 입출입을 지연하는 상황은 방지해야 한다”면서 “기내서비스가 문제가 됐다면 비행이 종료된 이후 언제든지 회사 공시나 고시, 혹은 승무원에 대한 개인적인 교육을 통해서 시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램프 리턴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항공사의 현직 기장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당시 기장은 램프 리턴 이유가 땅콩서비스인지 몰랐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문제의 핵심은 임원이 월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런 문제로 기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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