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의 꼼수? 혁신학교 조건 완화해 수 늘리나
서울교육청 예비혁신학교 지정, 교원·학운위 동의율 50%→30%로
서울시교육청이 11일 ‘예비’ 혁신학교 22곳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은 일반 혁신학교 공모와 달리 이번 예비혁신학교 공모 과정에서는 신청 요건을 현저하게 낮추고 일부 제출 서류도 생략한 것으로 나타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원과 학교 운영위원의 동의율을 50%에서 30%로 낮추고, 교원과 학교 운영위원 투표인 명부 제출을 생략해 대표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공약한 혁신학교 확대를 위해 신청 요건과 기준을 낮춰 예비혁신학교를 모집함으로써 무분별한 혁신학교의 양산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교육청은 최근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정 요건 완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 조건인 ‘교원 및 학교운영위원 동의율 각각 50% 이상’을 완화해 예비혁신학교의 조건을 ‘동의율 각각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에는 교원과 학교운영위원의 과반수를 넘겨 동의를 받았어야 했던 반면, 예비혁신학교는 교원과 학교운영위원 각각 10명 중 3명만 동의해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이에 예비혁신학교 지정의 ‘대표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교육청은 △공모 신청서 △운영 계획서 △공모 신청 투표 교원 명부 △공모 신청 투표 학교운영위원 명부 등 기존 4가지 제출 서류에서 ‘공모 신청 투표 교원 및 학교운영위원 명부’ 등 2가지를 제출 서류에서 제외하고 학교에서만 보관토록 했다.
교육청은 공모 신청서에 교원과 학교운영위원 등 구성원 총 인원과 찬성 인원, 동의율만 명시하도록 해놨을 뿐 구체적으로 이들이 확인서명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검토하지 않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총연합회(이하 교총) 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 확대를 위한 전초 기지화”라면서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있어서 신청 기준을 완화한 데 대해 비판했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재정 지원을 더 받기 때문에 지정 기준 자체가 더욱 까다로워져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니 역으로 지정 기준을 약화시켜 확대하려는 이른바 ‘거꾸로 정책’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혁신학교는 그간 진행이 되면서 특히 중고등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학교라는 것이 확인이 되고 있다”면서 “혁신학교를 지정하는데 있어서 학부모 동의가 과반수가 안 되거나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니 그 기준 자체를 낮춰서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학교 현장 구성원의 요구와 배치되는 정책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학교 현장의 여론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오직 교육감이 원하는 학교유형을 확대하는 데만 골몰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며 “학교유형에 따라 교육과정과 내용, 방법이 모두 결정되는데 교육 구성원의 선택권을 너무 축소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직을 내려놔야 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과 관련, “실험적 정책에 대한 신중함이 요구되는 상황임에도 무조건적인 확대일로로 가는 것은 교육감의 불안정한 신분과도, 학교 현장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혁신학교 결정은 교원들의 교육과정이 바뀌고 학생들에게는 혼란이 있을 수 있는 상당히 큰 문제”라면서 “예비혁신학교는 당연히 정식 혁신학교로 간다고 봐야하는데 동의 비율을 30%로 낮추면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또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조 교육감의 마음이 다급해진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교육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향후 교육감이 바뀌면 또 다시 이 부분에 있어서 혼란이 있을 수 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교육청의 입장은 달랐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에 가기 위한 중간과정이고 준비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의율 50% 보다는 30% 선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11년과 2012년에는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있어서 동의율 기준 자체가 없었다”면서 “예비혁신학교는 구성원의 자발성에 기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동의가 중요한 부분이라 2014년부터 30%로 오히려 (기준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투표인 명부 제출을 생략한 것에 대한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학교 업무를 간소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청은 이날 초등학교 17교, 중학교 4교, 고등학교 1교 등 총 22교를 에비혁신학교로 지정, 서울형 혁신학교 전환 전 준비단계로 운영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예비혁신학교를 “6개월 간 미리 혁신학교 맛보기를 통해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혁신학교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학교 전 단계 학교”라고 설명, “혁신학교에서 추진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 교육과정 및 수업·평가 혁신을 위한 각종 연수 및 워크숍, 학습 동아리 구축, 교원 업무 정상화 프로그램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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