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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에서 미사일 발사? 군 정보력은 바지저고리?


입력 2015.05.14 11:04 수정 2015.05.14 11:10        하윤아 기자

군 전문가들 "바지선 사출은 있었던 일 이번엔 진짜"

"진위 여부 관계없이 SLBM 대응책 신속히 마련해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수중 발사 실험과 관련해 11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보고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북한 언론이 잠수함 탄도탄 수중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10일 미국 민간위성사진 업체인 디지털 글로브 사(社)가 북한 신포 조선소 전경을 촬영한 위성사진. 왼쪽 편에 보이는 바지선이 이번에 잠수함 탄도탄을 발사하는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이 정박해있는 부두에는 대형트럭 2대와 기중기 1대, 발사관, 미사일 운반관 등이 관찰되고 있다. ⓒ'올소스 애널리시스' 조지프 버뮤데즈 선임연구원 제공/연합뉴스

북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과 관련,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일부 국방 전문가는 “만약 바지선에서 쏜 것이라면 우리 군 당국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가 2000톤급 신형 신포급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기 때문에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바지선 사출’이라면 우리 군 당국의 정보력에 큰 허점을 드러낸 셈이라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분명히 우리 군에서 신포급이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으로 나중에 판명이 된다면 우리 군 당국이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양도 잠수함 기지는 우리 군이 항상 감시해야 할 지역이고 우리 군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당국이 반드시 감시해야 할 지역”이라면서 “우리 군이 그곳에서 신포급 잠수함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모르고 입장을 밝혔을 리는 없다고 본다”며 바지선 사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국방부는 현재 이번 북한의 SLBM 발사 시험이 마양도 잠수함 기지가 있는 함경남도 중부 신포 앞바다 인근에서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 대표는 또한 “바지선 사출은 그동안 여러 번 있었고 군 당국도 인정한 바 있다”며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게 아니라면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이라고 일축해버리면 되는 일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바지선 발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바지선이 아닌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청와대가 1년여 만에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도 따로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 대표는 전날(12일) 한·미 양국 군 수뇌부가 ‘수중 킬 체인’ 계획을 추진하고 기존의 탐지·방어·교란·파괴로 이어지는 ‘4D 작전 개념’을 북한 잠수함 위협에도 확대 적용키로 논의한 것과 관련, “최 합참의장이 보완 문제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효과적인 것도 있고 효과적이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미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북한 신포 마양도 기지 앞에 대기시켜 놓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미국이 대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국방전문가들은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에 대한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SLBM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21세기군사연구소 부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군과 미군에서 상당히 치밀한 분석이 선행돼 문제가 심각하다 판단했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위와 상관없이 북한이 SLBM의 개발 단계에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오히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 안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상임연구위원 역시 “바지선에서 발사했다 하더라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SLBM 개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이번 일을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고 문제를 크게 키워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해나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전략”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을 잘 활용해 도움을 받고 우리 군만의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 위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바지선 사출 가능성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고 조작의 흔적도 있다”면서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는 북한 측 주장은 미심적인 측면이 있어 바지선에서 쏘아 올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각)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 콜(화상회견)에서 조지프 버뮤데즈 ‘올소스 애널리시스’ 선임분석관은 “북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자료를 보면 마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것과 같은 인상을 받지만, 나는 이것이 사실인지에 상당한 회의를 갖고 있다”며 “수심 몇 미터 아래에 놓인 바지선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버뮤데즈 분석관은 한 민간 위성업체가 신포 남부 조선소 부두 전경을 촬영한 사진을 판독한 결과에 따른 판단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수중발사 사진은 위력을 과장하기 위해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SLBM 개발 수준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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