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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DJ 불참이 '관례' 때문? 미국 대통령은 버선발로...


입력 2015.07.08 09:42 수정 2015.07.09 08:38        하윤아 기자

군 관계자 "전사자 추모에 군 통수권자 불참은 난센스"

미국 대통령은 장병 유해 귀환시 공항까지 달려나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정부주관행사로 열린 제8주년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서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가 전사한 장병들에게 분향한뒤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제2연평해전 직후 전사자들의 영결식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그 때의 관례였다"는 '김대중평화센터'의 해명과 관련, 국방부와 예비역 장성 등은 "그러한 관례가 있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7일 이와 관련해 "아시다시피 천안함 때도 군 장병들이 희생됐을 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영결식에 나왔다"며 "그런 관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4월 29일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희생된 46용사의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직접 전사자들에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그해 말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전사한 해병대 장병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리기 하루 전 합동분향소를 찾아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합동영결식이 열린 2010년 11월 27일에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바 있다.

앞서 김대중평화센터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연평해전' 상영을 계기로 당시 상황에 대한 잘못 이해된 언론보도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북한과의 전투 과정에서 숨진 전사자들의 영결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관례에 따라 (대통령이)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당시 총리들을 전사자들의 영결식장에 참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1967년 1월 박정희 정부 시절 발생한 '당포함 사건'과 1996년 9월 김영삼 정부 때 발생한 '강릉무장공비 사건'을 예로 들며 "대통령이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관례"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해군장으로 치러진 제2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2002년 7월 1일) 당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한동 총리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아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다만 이 총리는 영결식 전날(2002년 6월 30일)에 전사자 분향소에 들러 조문한 것으로 보도됐다.

본보가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문의한 결과, 해군 측은 "확인 결과 영결식 방명록에 이한동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서도 "그러나 왔다 간 시점이 언제인지, 실제 참석했는지 여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안보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도 이 같은 관례가 존재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들은 오히려 전사자가 발생할 경우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즉각 달려가 추모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7일 '데일리안'에 "천안함이 폭침 당했을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영결식에 참석했다"며 "나라를 지키다 희생됐는데 영결식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관례라는 것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군통수권자로서 잘못한 것이지만 이를 가지고 '관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 잘못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전 소장도 본보에 "수많은 전사를 배웠어도 그런 관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식 교전에서 희생된 국군이 있는데 통수권자가 가지 않는 게 무슨 경우이고 무슨 관례인가"라고 반문했다.

송 전 소장은 "실제 전사자가 발생하면 추모하는 것이 세계 역사상의 관례"라며 "대통령이 먼저 추모하고 지근거리에 있든 없든 형편이 되면 우선 달려가는 게 1차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정부주관행사로 열린 제8주년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교전당시 총탄 자국과 선체 굴곡 등을 원형과 동일하게 제작한 참수리 357호 고속정 모형을 참관하고 있다. ⓒ데일리안

아울러 안보 전문가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산화한 군인들에 대해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지도자가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심이 분명치 않으면 우리나라 같이 도발적인 적을 두고 있는 나라는 계속해서 공격을 받게 된다"며 "지도자는 국민과 국가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우습게 보고 계속 도발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벌인 가스공장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 테러만 일어나도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가는데 이런 게 바로 애국심이고 애민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하던 중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모든 EU 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도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에게 국가가 '당신의 희생에 대해 감사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그러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은 북한과 정식으로 붙은 전투였는데 끝난 뒤 영결식에 대통령만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도 모두 가지 않아 문제가 됐다"며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고, 모든 군인들의 전투 의지를 고양시키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벽시간 델라도어주 도버 공군기지를 찾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미군 장병의 유해를 직접 공항에서 맞으며 거수경례를 한 일화를 소개하며 "이것이 바로 군 통수권자의 본 모습이고 통상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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