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교육의 힘' 북측 상봉자 "여기는 다 무상입네다"
<이산가족 상봉 현장>남측 가족 만나 '수령 은혜', '살기 좋다' 등 체제 선전
남북 이산가족들이 24일과 25일 이틀간 금강산에서 극적인 상봉을 누리며 60여년의 이산의 한을 풀었다. 그러나 북측 상봉자들은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측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듯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의 조카 박인수 씨(50, 남)와 박인철 씨(48, 남)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에 온 남측 상봉자 박복남 씨(70, 여)는 25일 전날(24일) 상봉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여기는 다 무상입네다. 저희는 잘 산다’고 자랑을 계속 늘어 놓더라”라며 만남 당시 다소 불편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박 씨는 “(북측 조카들이) 자꾸 우리는 무상이라고 빳빳하게 굴고 주변도 자꾸 살피더라”면서 “그런데 큰조카 녀석은 손을 잡아보니까 손이 다 꺼칠꺼칠 하더라”라며 실제 북한에서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전날 24일 단체상봉 당시에도 몇몇 북측 이산가족들은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간 바 있다.
1972년 북으로 납북돼 43년 만에 어머니를 만난 정건목 씨(64)는 “우리는 다 무상으로 해준다”고 말했고, 함께 동행한 아내 박미옥 씨(58)는 “당이 오빠 조선노동당원 시켜줬다. 다 무상이라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뗄감도 다 줘서 창고에 넣어있다”며 북한 체제를 자랑했다. 심지어는 남측 가족들을 향해 “우리랑 같이가 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 조카 신경숙 씨(58, 여) 역시 남측 이산가족들에게 “아마 우리 가정에 온다면 깜짝 놀랄 겁니다. 집도 아주 멋있고. 탁아소 유치원까지 얼마나 살기 좋은지 몰라요”라며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남측의 언니 조순전 씨(83)와 만난 북측의 여동생 조서분(79)·조성녀(76)·조귀녀(75) 씨는 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장군님, 수령님 덕에 은혜로 우리가 만나게 됐다”고 말했고, 북측 남동생 설명환 씨(68)는 남측 형님 설순환 씨(83)에게 북한 당국으로부터 받았다는 표창들을 꺼내 보이며 “우리 원수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잘해서 내가 이렇게 국장을 많이 받았어요”라고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북한식의 반미정서를 드러내는 이산가족들도 있었다.
북측 조카 송영택 씨(35)는 남측의 큰할아버지 송찬수 씨(88)에게 “반세기가 지나서도 아직 못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큰아버지. 미국 놈들 때문입니다 큰아버지”라며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북한식 선전을 그대로 전하는가 하면, 남측 최고령 이석주 씨(98)를 만나기 위해 온 북측 손자 리용진 씨(41) 역시 첫 번째 만남 당시 “나쁜 놈들 쫓아내고 조국통일을 해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앞서 약 1~2주가량 사상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북측 가족들이 긴 세월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거나 북한식의 선전 문구를 그대로 언급하는 등 준비된 발언을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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