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쾌유 빈다는 시위대 입에서 "사드배치 반대"?
<현장>시위 참여자들 가면착용, 복면시위 금지 조롱
한상균 "대선에서 대단결로 파쇼정권 유신부활 막아야"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농민 쾌유 기원·민주회복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서 '사드배치 반대'와 '원전 건설 중단' 등 집회의 성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요구사항이 등장했다.
5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 등 단체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발과 백남기 씨의 쾌유,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당초 잡았던 집회 목적에 벗어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이들 단체는 이날 2차 민중총궐기 선언문을 통해 "집회 금지, 차벽설치, 살인 물대포, 소환과 수배, 언론을 동원한 '불법, 폭력, 종북' 몰이, 등 지난 3주간 분노한 민심을 억압하고 기만하고 회유하기 위한 정권과 지배세력의 벌거벗은 폭력 속에서도 대규모 결집을 이뤘다"고 집회 개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살인진압에 백남기 농민께서 서울대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신다. 쾌유를 기원하며 반드시 폭력을 사주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면서 "살인적 진압에 사과 한마디 않는 정권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밝힌 12개의 대정부 요구사항 중에 '사드배치 반대'와 '원전건설 반대' 등 집회의 성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요구사항을 끼워넣으며 투쟁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노동개혁 중단 △재벌사내유보금 환수 △밥쌀수입 중단 △빈민생존권 쟁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 △공안탄압 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청년 일자리 보장 △사드배치 반대 △세월호 진상규명 △원전건설 중단 △모든 민영화 중단 등 12가지를 요구했다.
조계사에서 피신하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영상 대회사를 통해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일들이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다"면서 "국가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임을 정권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헌법위에서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이 정권에 절대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 정권이 위기를 알기에 공안탄압을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는 600만표가 얼마나 무서운지 오만한 정권에게 보여줘야 한다. 대선에서는 대단결로 파쇼정권을 누리는 유신부활을 막아내야 한다"고 대중들을 선동했다.
아울러 이날 집회는 대안 없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노골적으로 외치는 '반정부 시위'였다. 시위 참여자들은 곳곳에서 '사람을 죽여놓고 고개를 드는 뻔뻔한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쌀값폭락 박근혜 퇴진' 등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과 구호들이 난무했다. 주최 측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다 선언문 말미에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나치보다 사악한 집단과 맞서려면 평화따위는 없다. 물대포엔 폭탄으로', '박근혜를 처형하라' 등의 손 피켓과 "우리가 들어야할 것은 평화가 아니라 날선 칼이요 깃발이다", "총궐기 투쟁으로 세상을 뒤집자"라는 자극적인 구호도 등장했다.
이날 시위 참여자들은 각각 다양한 가면을 착용하고 복면시위 금지법 통과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을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하회탈', '호랑이', '고양이', '닭' 등 동물모양의 가면이 등장했고 다양한 종류의 종이 가면도 주최 측에서 배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문재인, 이종걸, 정철래, 김기식, 임수경, 설훈, 김현, 이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평화지킴이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우리나라도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절에 최류탄과 돌과 화염병이 맞부닥치는 집회시위가 다변사였지만 민주정부 들어선 이후에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시위 보장하면서 평화시위 문화가 빠르게 정착됐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집회시위 문화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당은 다시 한번 경찰과 집회 참가자 모두에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경찰은 평화적 집회 관리로 국민이 왜 광장에 나서는지 무엇을 주장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도 집회시위가 좀 불편을 주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평화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서 평화집회 시위 원년이 될 수 있게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이후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장미꽃을 든 채 서울 광장으로 이동, 집회무리에 섞여 행진을 시작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