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원금은 '통과' 어린이 보육예산은 '스톱'
서울시의회 '박원순표' 예산 원안대로 '누리과정' 삭감
학무보단체 "민주노총이 우리 아이들 교육보다 중요한가"
서울시의회가 민생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은 전부 삭감하면서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 지원금에는 수십억 대 예산을 통과시키는 등 박원순 서울시장 정책만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2월 22일 제264회 정례회를 열고 2016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통과된 예산안 내역을 보면 지난해 추진한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사업비 1912억 원~2016년도 예산안에 설계공모비 7억원 편성),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232억), 청년수당(90억), 서울지역 노동단체 지원금(36억 600만원) 등으로 모두 박 시장의 중점 사업이다. 해당 사업들의 예산은 대부분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이 편성한 2016년도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예산 2521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는 정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한 반발로 “정부 공약사항이니 정부가 알아서 하라”며 손을 떼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당장 이번 달부터 한 달 최대 29만 원의 보육료를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서울시의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삭감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누리과정 도입 취지를 잘 살려 바람직한 제도로 자리 잡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고육지책이었다”고 버텼다.
이후에도 서울시의회는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국고로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가 상당히 무책임한 일을 저지르고 있어 걱정”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2016년도 서울시 누리과정 예산은 0원이 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지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7일 ‘데일리안’에 “우리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했고 지출할 준비가 돼 있는데 교육청에서 편성이 안 된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으로 촉발되는 문제는 교육청에서 촉발되는 거지 우리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이어 관계자는 불요불급한 예산편성이라는 비판에 대해 “시 차원에서는 세금을 쓰는 건데 쓸데없이 돈을 쓰는 건 없다”며 “다 필요한 곳에 편성한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서울시의회는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다수당 독재를 일삼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또한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들도 서울시의회의 이 같은 태도를 규탄하며 서울시교육청에 ‘재의 요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은 7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누리과정 통과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학연은 특히 조희연 교육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교육부의 시의회에 대한 재의요구에 대해 “서울시의회의 압도적 다수가 야당으로 (재의요구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며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할 말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직무유기이자 배임”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교학연은 서울시의회를 향해 “누리과정 보육료 때문에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 주장하면서 정작 서울시가 밀어붙이는 중점사업 예산은 포함시켰다”며 “당초 서울시가 한국노총 서울본부에만 지원키로 한 서울지역 노동단체 지원예산 21억여 원에 민주노총 서울본부 지원예산 15억원을 시의회가 추가해 의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생예산은 삭감하면서 야당의 정치성향과 맞닿아있는 민노총에는 슬그머니 (예산을) 집어넣었다”며 “쇠파이프 난동을 벌이는 민노총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보다 중요하다는 서울시 의회 역시 당장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패악질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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