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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누리과정 예산 향방은? 세 가지 '경우의 수'


입력 2016.02.03 16:45 수정 2016.02.03 16:47        하윤아 기자

더민주 측 "4일 의총서 복수안 놓고 의견 물을 예정…합의는..."

민간어린이집 연합회 등 교육시민단체회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보육대란 해결 촉구 어린이집-유치원 주체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보육대란 사태와 관련해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이 서울시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편성해달라”고 촉구한 가운데, 오는 4일 예정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의총 결과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정부의 무책임성을 지적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안에 반대,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예산안 심의·의결은 전적으로 야당에 달린 상황이다.

서울시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편성하지 않은 곳으로 남아있다. 당초 서울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은 물론 어린이집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던 경기도의회와 광주시의회는 이미 지난달 말 일부 누리과정 예산이 반영된 안을 통과시켰고, 전남도의회는 3일 유치원·어린이집 각각 5개월분 누리과정 예산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여전히 누리과정 예산이 처리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 소속 일부 의원들 가운데는 여전히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재원 마련 등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가 도출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나리오 1.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모두 반영

2일 서울시의회 관계자들과 만난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요구대로 예산안이 처리되면 1월 교사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한 유치원은 물론 당장 이달 말 보육대란 사태가 불가피한 어린이집 역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다.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우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회장은 3일 ‘데일리안’에 “누리과정을 하겠다고 했으면 양쪽 모두를 지원해야지 책임을 따지고 공방을 계속하면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똑같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4일 의총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한 복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종욱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를 안을 제시하고 의원들의 뜻을 물을 예정”이라며 “어린이집 예산을 지원하는 부분도 이번 의총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측은 의총에서 합의안이 도출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임시회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나리오 2.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 반영

그동안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초 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정부가 어린이집 예산을 부담하지 않는 한 형평성 차원에서 유치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 발생한 보육대란 사태에 조속한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유치원 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지난달 26일 의총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을 우선 편성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여전히 일부 의원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치원 보육대란 문제는 시급히 처리해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을 우선 편성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처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만을 반영하자는 데 합의한다면, 추후 어린이집 측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박명하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서울시 가정분과 위원장은 본보에 “교육기관과 보육기관을 구분하고 있는 상황인데, 누리과정이라는 것은 통합교육과정을 진행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어린이집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1월분 보육료 22만원은 카드사에서 대납해 문제가 없지만 그 외 운영비와 30만원 정도의 교사수당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지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조교사를 쓸 수가 없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누리과정 수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나리오 3. 예산안 합의 또 불발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만큼 이번 의총에서도 또 다시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욱 수석부대표는 “지금 의원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워낙 중앙정부가 무책임하게 나오니까 이에 대한 분노도 있어서 (의총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유치원은 일시적으로나마 혼란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예산편성이 부결돼 예산 집행이 어려워질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설 연휴 전까지 사립유치원 차입 허용뿐 아니라 시교육청 교육복지 예산 일부를 전용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명희 회장은 “원래 4일까지 교사들에게 1월달 인건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또 (기한을) 넘기게 돼 원성이 굉장히 높다”며 “시교육청이 이번 주 내, 구정 전에 누리과정비를 전용해서 유치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전체적인 틀에서는 설 전에 (예산이) 지급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교육청에서도 유치원의 사정을 다 알고 있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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