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유아들이 잠부족인 이유 알고 보니...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1시간 40분 늦어…부모와 함께 자서?

어른과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짧은 것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갓난아기들조차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 영유아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또래 서양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갓난아이들조차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다.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안영민 교수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전 세계 17개국 3만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을 비교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 2월호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신생아부터 36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영유아를 한국(1036명), 한국 이외의 아시아 국가(일본, 중국, 홍콩, 인도 등), 서구 국가(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세 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수면 시간을 비교했다.

미국 수면재단(NSF)이 권장하는 연령대별 하루 수면시간에 따르면, 신생아(0~3개월)는 14~17시간, 영아(4~11개월)는 12~15시간, 2세까지는 11~14시간, 5세까지는 10~13시간을 자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영유아는 하루 평균 총 수면시간이 11시간 53분으로 아시아 국가의 12시간 19분, 서구 국가의 13시간 1분보다 각각 26분, 1시간 8분이 짧았다.

이 결과는 아이들의 낮과 밤 수면을 합했으며, 낮잠으로만 분석하면 아시아 국가와 서구 국가 모두 3시간 이상 자지만 한국 아이들은 하루 평균 2시간 26분밖에 자지 않았다. 낮잠 횟수도 한국은 1.64회로 평균 2회 이상인 아시아나 서구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영유아들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서구 영유아들에 비하면 1시간 40분 이상 늦었다. 한국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밤 10시 8분에 잠을 청했지만, 아시아와 서구의 아이들은 이보다 빠른 9시 25분, 8시 25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TV 시청, 부모와 함께 자는 수면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한국 영유아들은 부모와 독립된 방에서 따로 자는 비율이 5.5%에 그쳤고, 30.6%는 부모의 방에서, 63.9%는 부모의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서구는 부모의 방이나 침대에서 함께 자는 영유아는 각각 21.3%, 12.5%로 별도의 방에서 따로 재우는 비율(66.2%)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안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한국의 부모 47%는 영유아의 이런 수면습관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심각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2.3%에 그쳐 수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우리나라 학생, 일반인들의 수면 시간이 적은 것과 영유아 시기 수면습관을 연계해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