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공기업 낙방한 원희룡 조카의 사연
원 지사 "외부청탁 모두 탈락"…지역사회 병폐 근절 앞장
제주도 최대 공기업, 인사혁신으로 '진짜' 인재 채용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에 원희룡 지사의 조카가 원서를 냈다가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창립된 제주개발공사는 제주도청이 100%출자하고 있는 공기업으로 제주지사가 인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에 원 지사의 조카가 몰래 응시했다가 높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뚫지 못하고 낙방한 것이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4일 '데일리안'에 "원 지사 모르게 공사에 지사의 조카가 지원했는데 언론 담당인 나조차도 몰랐다"면서 "채용절차가 까다로워서 탈락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당초 171명 채용 예정이었는데 80여밖에 채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가 좁고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있어서 자유로울수가 없다"면서 "그런 부분을 뿌리뽑으려고 하고 있으며 면접도 전문가들이 고난이도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응시자가 원 지사의 조카였는지는 모든 채용 과정이 끝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의 '인사 청탁'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지만, 때마다 불어오는 인사 청탁 바람에도 제주도만큼은 '무풍지대'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가 지난 5월 창업 이래 최대 규모의 공개채용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이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공사 임원진을 통해 총 60여건의 인사 부정청탁이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공정치 못한 경로로 일자리를 청탁했던 60여명은 모두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실제 채용 과정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공사 임원진들에게 지속적인 인사 청탁이 들어왔고, 이에 임원진은 의도적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할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취임 이후 이 같은 부적절한 관행을 뿌리 뽑고자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조해왔다. 실제 그는 '인사문제는 정의롭게 가야한다', '지사 이름을 거론하며 외부청탁을 하면 모두 떨어뜨려라'라는 등 인사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언한 바 있다. 그 일환에서 현재 개발공사 사장도 지역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기업 출신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관료 출신 사장에 비해 민간기업 출신 사장은 상대적으로 지역사회 연고나 청탁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철 사장 취임 직후 공사는 특별채용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직원의 채용을 공개채용으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내부 규정을 개정하는가 하면, 총 5단계의 전형 과정을 각기 다른 외부 전문기관이 맡아 운영하도록 하는 등 인사시스템 개혁에 주력했다.
세부적으로 이번 채용 과정에서 각기 다른 외부 전문기관이 단계별 출제 문제를 마련했고, 면접위원 역시 도내 연고가 없는 외부 인사를 위촉해 운영했다. 또 경력직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는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채택해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기했다.
이밖에 개발공사는 도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주도 내에 거주하거나 등록기준지 또는 원적이 제주도인 지원자에게 면접 시 가점을 부여하고, 신입채용 인원의 10% 가량을 도내 특성화고 출신으로 우선 선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발공사 공개채용에는 총 2650명이 지원해 84명이 최종 선발됐다. 당초 경력직 41명, 신입직 130명 등 총 171명의 인력을 채용키로 했으나, 80여명만이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실력 있는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사내에서는 좋은 실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이 이번 기회에 채용됐고, 또 앞으로도 계속 채용될 것이라는 데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혈연 지연에 얽힌 인사 문제로 사기가 떨어진 측면이 있었는데 예전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전했다.
한편, 개발공사의 인사혁신 시스템은 향후 제주도 출자 공기업 10여 곳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가 개발공사를 비롯해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 등의 임원진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그동안 만연해왔던 인사 청탁의 병폐를 지적하며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원 지사는 이번 개발공사의 채용 과정과 관련, "저와 개발공사 사장은 신규직원채용에 들어가면서 청탁 지원자가 최종면접까지 오더라도 모두 불합격 시키자고 단단히 결의했다"며 "연고로 취직이 되는 관행을 깨고 앞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공기업에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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