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저무는 고용, 교육 그리고 아파트
<호호당의 세상읽기>2017년 우리 경제 성장세는 사실상 '멈춤'
연휴 끝난 월요일 아침, 눈을 부비며 신문을 보니 ‘터널에 갇힌 한국경제, 출구가 안보인다’ 는 제목이 눈에 든다. 그 아래엔 ‘찬바람 고용시장, 내년이 더 어렵다’ 는 기사가 있다. 무얼 새삼스럽게 이런 당연한 얘기를!
몇 장 넘기다가 갑자기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어떤 경제전문가 말하길 소비심리를 회복해야 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 우리 실정 상 소비를 회복하려면 더 많은 가계대출을 일으키게 하는 방법밖에 없고, 가계부채를 해결하려면 대출을 갚는 과정에서 소비(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현 정부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 가계대출을 늘려서 아파트 건설을 하게 만들고 경기를 유지해온 것이지 않은가.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차기 정권의 일이다.)
경제개혁에 관한 정책도 골든타임 운운하며 있긴 했으나 그거야 당연히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되지 않을 것임은 피차간에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오늘은 고용에 관한 얘기를 좀 해볼 까 한다. 사실 전에도 했지만 좀 더 쉽게 얘기해볼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채용사정이 좋았던 때는 1992~1993년이었는데 편의상 그냥 1992년이라 하자.
1986년부터 3년간 기적적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기가 급격히 호전되자 기업들은 고용을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될 것 같으니 당연히 투자를 늘리고 사람도 많이 뽑아서 훈련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1992년 무렵이 되자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무조건 취업할 수 있었다. 전공불문이었다, 데모 하느라 공부도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데려다가 키워서 쓰는 것이지 전공이나 실력이 사실 무슨 상관이었으랴, 당장 사람이 급한 마당에.
이 무렵에 취업한 사람은 대략 1964~1965년생인데 이들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발전에 따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세대라 하겠다.
이제 고용의 정점인 때를 알았으니 나머지는 아주 쉽다. 모든 것은 정점을 치고 나면 그로부터 30년간은 내리막을 가기 마련이다. 몰라서 그렇지 정말로 그렇다. 따라서 고용 또한 내리막길을 타다가 2022년이면 바닥을 치고 돌아설 것이라 보면 된다.
1992년부터 30년간 고용사정이 기본적으로 내리막길인 것이고 다시 2022년부터 서서히 돌아설 것으로 알면 된다. 우리 국운(國運) 상으로 그렇게 예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바닷가에 물은 들고 또 나는 것이니.
30년을 세 개의 기간으로 나눌 것 같으면 처음 10년간은 그래도 고용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 사이에 외환위기를 한바탕 난리를 겪었지만 대거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중견들이 대거 정리되었고 그 바람에 또 다시 신규로 사람을 뽑아야 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2002년 무렵이 되자 고용 시장이 크게 변화했다. 이제 대학 졸업장만 보고 채용하던 시대는 끝이 났고, 이른바 ‘퀄리티’를 따지기 시작했다. 급여도 해마다 갱신하는 연봉제로 변했다.
(사실 연봉제의 핵심은 해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한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다음 해에 가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해고 또는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당시 가장 각광을 받은 것은 상경계의 경우 이른바 미국 MBA 자격증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변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란 개념이 유행했는데 그냥 말하면 미국식이었다. 이에 미국 MBA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가장 높은 대우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소위 ‘스펙’이란 것을 장착하지 않으면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스펙 장사’가 성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당연히 학력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국 MBA라든가 해외 명문대학 졸업장, 서울 인 대학, 어학연수, 그리고 서울 바깥 대학과 충청권 이남 대학, 급기야 지잡대 등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부담은 대학 등록금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모두들 어떻게 해서든 "내 새끼만은!" 하는 생각에서 무한정 치킨 게임에 돌입했던 것이다.
그러면 중간점을 살펴보자. 1992년에서 2022년까지 30년에 걸친 흐름 속에서 그 중간점은 2007년이다. 2007년부터 나타난 현상은 인문계 기피현상이었다. '문송', '인구론' 등이 그것이다. 웬만한 것은 죄다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에 사무직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2년으로부터 20년이 흐른 2012년이 되었다. 고용이 너무나도 악화되는 바람에 스펙이고 나발이고 아무 소용도 없게 되었으며, 청년백수 문제는 그냥 일상사가 되었다. 이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헬 조선’이다.
그 사이에 미국 금융위기가 있었고 유럽의 디플레이션이 있었다.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고, 올해부턴 중국마저도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학원이 성행했고 면접요령을 위한 학원도 제법 성행했지만 사실 전혀 효과가 없었다. 2012년 이후 백수를 면하려면 오로지 공무원이 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공시족의 등장이다. 공시족을 위한 학원들만 서울 노량진 인근에서 북적대고 성업 중인 셈이다.
아직은 정부의 지원으로 좀비기업들이 그나마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정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고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올 해 2016년은 고용의 정점이었던 1992년으로부터 24년이 경과한 때이다. 30년 중에서 24년은 80%가 진행된 시점, 따라서 이제 고용은 사실상 끝이 났다.
1987 정묘년에 절정이었던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30년이 경과한 내년 2017 정유년으로서 사실상 멈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이 없으면 고용도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고용문제에 대해선 대충 얘기가 끝났으니 교육투자에 대해 얘기해보자.
고용과 교육투자는 10년의 시차를 갖는다. 1992년이 고용의 절정이었으니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2년부터 엄청난 교육투자가 일기 시작했다. 이 또한 30년에 걸쳐 나누어 보면 간단하게 정리가 된다.
2002년으로서 교육투자가 맹렬 가동되기 시작했으니 그로부터 10년간은 당연히 묻지마 교육투자 바람이 일었다. 조기유학 붐으로 기러기아빠가 다반사였고, 스펙 쌓느라 어학연수 등등 엄청난 과외의 비용이 들어갔다.
이에 10년이 흘러 2012년이 되자 한풀 꺾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조기유학생을 포함한 해외 유학생들이 상당수 귀국했고 기업들 역시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미국 MBA 자격증은 이제 그냥 ‘므바’가 되었다.
중간점에 대해 앞에서처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002년의 교육투자 정점에서부터 2032년 바닥에 이르기까지의 중간 지점은 2017년이 된다. 2017년부턴 교육투자가 급격히 식어들기 시작할 것이란 뜻이다.
사실 취업 게임은 2012년으로서 끝이 났고 이에 최근에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들도 서서히 축소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학원 간에 치열한 치킨 게임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2002년으로부터 20년이 경과하는 2022년이 되면 교육 비즈니스 역시 크게 통폐합되고 정리되는 단계로 들어설 것이다. 내년 수능생이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학이 없어지거나 줄어들 것이고 학원 장사도 정리될 것이며 유학원 사업도 불황을 맞이할 것이다. 공시족 학원이나 겨우 맥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긴 하다.
올 상반기엔 민간 아파트 건설이 성장률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기업투자는 맹렬히 줄어드는 판국에 아파트만 짓고 있나 싶을 정도이니 우리 경제가 답답한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 경기 역시 내년 2017년 하반기부터는 급격한 위축세로 들어갈 것으로 본다.
1987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으로 본격화된 아파트 건설이니 그 또한 30년이 경과한 2017년 말이면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지역은 강남지역 노후아파트 재건축 바람을 타고 아파트 가격이 제법 상승했는데, 나 호호당 눈에 그저 파르르 떨며 타오르는 마지막 촛불로만 보인다.
세상은 단기적으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것 같지만 큰 눈에서 보면 너무나도 기계적으로 일정하게 변화해간다. 자연의 흐름이고 우리 국운의 흐름이다.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2016년도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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