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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항 그 해안가 도로는 어찌 그리 예쁜지...


입력 2016.11.27 13:47 수정 2016.11.27 13: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일곱째날>

울진엑스포기념관~망양정~구수곡자연휴양림~봉평 신라비 전시관~ 죽변항

엑스포공원 전시관 앞에 세워진 대형 황소와 쟁기.ⓒ조남대
광동8경 중 하나인 망양정으로, 숙종은 관동8경 중 경치가 최고라 하여 ‘관동제1루’ 라는 현판을 하사했단다. 망양정에 올라가면 동해 바다가 훤하다.ⓒ조남대

모텔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주인집에 맡겨둔 얼음물을 찾아 부근에 있는 엑스포공원에 들렸다. 오늘이 월요일인 관계로 휴관이라 외부에서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금강송과 연꽃, 큰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황소 등을 구경하고 바로 근방에 있는 망양정으로 올라갔다.

망양정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옛 조상들은 이렇게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놓은 것 보면 안목이 대단한 것 같다. 망양정은 관동팔경 중의 하나이며, 특히 숙종은 관동팔경 중 망양정 경치가 최고라 하여 ‘관동제일루’란 현판을 하사했단다.

또 바로 옆 야산 위에 설치되어 있는 울진대종은 별 의미와 효용가치도 없이 전시행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종이 1년에 몇 번이나 울릴지 의문시 된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어 다른 방편으로 구수곡 자연휴양림을 방문했다. 나무가 생각처럼 굵지는 않지만 숲 전체가 금강송으로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멋있다.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멋있는 금강송이 될 것 같다.
금강송 군락지를 가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이곳을 본 것으로 대체하고 원자력전시관을 방문했다. 주로 원자력의 원리와 안전성 등에 관해 설명하고 홍보하는 전시관이었다. 점심시간이라 안내하는 사람도 없어 우리끼리 휙 둘러보고 나왔다.

죽변항에 있는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조남대
죽변항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죽변항 언덕 위에 있는 죽변 등대.ⓒ조남대

죽변항 바로 옆에 있는 ‘폭풍 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세트장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해안가언덕에는 세트장으로 지어진 빨간 지붕의 예쁜 펜션과 교회가 너무 멋있다.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펜션에서 보이는 해안은 하트모양으로 되어 있어 더 인상적이다. 대나무로 둘러싸여져 ‘용의 꿈길’이라 명명된 산책로를 따라 해안가를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하얀색의 죽변 등대도 아담하면서도 참 예쁘다.

죽변 장날. 할머니들이 그늘에 앉아 집에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조남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죽변항에 묶여져 있는 고깃배.ⓒ조남대

죽변항 바로 옆에는 오늘이 마침 죽변 장날이라 난전이 벌어져 있어 옥수수와 복숭아를 사서 먹으며 둘러보았다. 시골의 전형적인 장날의 모습 그대로 고무신과 각종 과일 등 농산물과 할머니들이 집에서 키운 채소 같은 것을 가지고 나와 처마 밑 그늘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으나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 장에서 언제 다 팔고 집으로 돌아가실지 걱정이다. 태풍으로 인해 바람이 많이 불어 죽변항의 배들은 모두 부두에 묶여 있다.

봉평 신라비전시관 입구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비석.ⓒ조남대

되돌아 나오는 길에 봉평 신라비 전시관에 들렸다. 이곳도 월요일 휴관이라 야외에 비석거리를 만들어 송덕비와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한 비석들을 실제 모양대로 탁본하여 전시해 놓은 것만 볼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보지 못하는 발상이나 시골 해안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람하러 올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이 전시관에서 제일 중요한 천오백 년 전에 만들어진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는 건물 내부에 전시되어 있어 그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천연기념물 제 155호인 성류굴 내부. 전체 길이가 870m이고, 이중 270m가 개방되어 있다.ⓒ조남대

발길을 인근에 있는 성류굴로 돌려 내부에 들어가니 시원했다. 며칠 전에 본 환선굴에 비하면 규모는 좀 작지만 훨씬 더 아름다웠다.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되었으며, 삼국유사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동굴이기도 하다. 수평으로 발달한 동굴로 전체 길이가 870m이고 이 중 270m가 개방되어 있으며, 임진왜란 때 주민 500여 명이 동굴 속으로 피난하였는데 왜군이 동굴 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 죽었다는 슬픈 전설도 있지만 멋있는 모양의 종유석 석순 석대 등도 많다.

월요일인 관계로 관람객들이 별로 없어 관광지 등 모든 곳이 한적하다. 망양정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가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여 달려 보았더니 해변을 따라가는 탁 트인 길이라서 시원할 뿐 아니라, 바닷물이 너무 푸르고 아름답다.

이번 여행은 나의 퇴직과 회갑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지만, 경희가 35년간 직장생활을 무사히 마친 것을 치하하고 이에 보답하는 차원의 여행이라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경희가 좋아하고 보고 싶고 또 먹고 싶은 것 위주로 여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안도로로 오면서 풍력발전단지를 들렸다.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는 단지로서 지주 기둥 높이가 80m, 날개인 회전자 길이가 41m나 되는 아주 큰 팔랑개비다. 팔랑개비 밑에 가면 윙윙하는 소리가 나는 등 상당히 크게 들린다. 풍력단지를 지나 게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진 해맞이공원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 생가를 찾아가다 풍력단지 밑 펜션단지에 도착했다. 구경하다 창포곶펜션 주인과 의견이 일치하여 6만 원 달라는 것을 5만 원에 숙박하기로 했다. 주말은 피서객들이 많지만 주 중에는 투숙객이 우리밖에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덕분에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어 좋다.

펜션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밥솥에 밥을 짓고 바로 옆 주인집 밭에서 상추도 따고 또 며칠 전 처남댁한테서 얻은 반찬과 고추된장부침개를 만들어 맛있게 저녁밥을 해 먹었다. 저녁을 일찍 먹은 덕분에 식사 후 주변을 산책도 하고 여유롭게 다음날 일정을 잡다가 경희는 피곤한지 자신의 할 일인 다음 날 일정도 제대로 잡지 않고 곯아떨어졌다. 나도 피곤하다. 그만 자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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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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