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여자아이 등 모두 7명을 살해하고 20년 넘게 도피생활을 한 중국의 40대 여성 연쇄살인범이 체포된 후 재판에서 "억지로 살인에 가담했을 뿐"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장시성 우창 중급인민법원에서 라오룽즈(46)가 납치 및 강도살인 혐의로 지난 21일 재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라오룽즈는 재판에서 "남자친구 파즈잉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고 누구도 죽일 의도가 없었다. 나는 그저 파즈잉의 위협 속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파즈잉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지만 파즈잉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내가 도망치면 파즈잉이 가족들을 찾아가 협박하며 나를 찾아냈고, 나를 때리며 고문했다. 가족들에 대한 협박도 계속했다. 파즈잉의 강요로 억지로 살인에 가담했지만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라오룽즈는 또 파즈잉에게 폭행당해 온몸이 멍투성이며 4차례나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라오룽즈는 1993년 한 결혼식에서 당시 딸을 가진 유부남이었던 파즈잉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2년 뒤인 1995년 파즈잉이 폭행과 강도 혐의로 도피 생활을 시작하자 라오룽즈도 교사를 그만두고 이에 동참했다.
다음해인 1996년 슝치이라는 사업가를 유인해 살해한 뒤 슝의 자택에 침입해 그의 아내와 3살 난 딸까지 살해 후 금품을 훔쳤다. 1년 후 또 이들은 저장성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두 여성을 살해했다.
1999년 7월 라오룽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사업가 인젠화를 유혹해 그를 아파트에 감금하고 인질로 삼아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했고, 몸값을 받으러간 파즈잉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체포됐다. 5개월 후 그는 살인과 강도 혐의로 처형됐고 라오룽즈는 도주했다.
파즈잉의 거짓 증언 덕분에 라오룽즈는 가명으로 20여년 간 도피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오룽즈는 한 쇼핑몰에서 시계를 팔다가 중국의 얼굴인식기술로 잡히게 됐다.
한 피해자의 부인은 이날 재판에서 "라오룽즈의 재판을 보기 위해 20여년을 기다렸다. 남편이 죽은 후 3명의 자녀를 혼자 키워야 했고 너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라오룽즈는 재판에서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배상금을 지불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그의 계좌에는 3만위안(약507만원)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