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코로나 백신에도 이념이 있나?


입력 2021.01.12 08:32 수정 2021.01.12 08: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집단면역 달성 시기”에 희망쏜다

“백신의 공평한 분배가 중요하다”

“조금 비싸더라도 백신을 조기 확보”

“국가경제 일주일 일찍 활성화 되면, 남는 장사”

ⓒ데일리안 DB

“올 가을 중 언젠가는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다시 불이 켜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코로나 총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작년 3월부터 무대의 막을 내리고 불을 껐던 브로드웨이에 희망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9일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재개관 일정은 “집단면역 달성 시기”에 달렸다면서, 미국 사람 70~85%가 접종을 마치는 시기가 그 때쯤 될 것이라고 밝은 색 애드벌룬을 띄웠다.


사실 미국은 지난달 14일부터 접종에 들어갔으나 실적이 저조하다. 접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이렇게 접종에 시간이 걸린다면 현재 확보된 백신의 유효기간이 지나서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아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의무적으로 서면(書面)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영국 등지에서는 “봉쇄도, 백신도 싫다”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백신에 가려있지만, 코로나는 북반구의 겨울을 틈타 확산 기세가 엄청나다. 확진자는 지난 주말 9000만명 선을 돌파하고 1억명을 향하고 있고, 사망자도 200만명 돌파가 눈앞이다. 게다가 변종도 발생해 전파중이다.


코로나에 대한 국가별 대응은 국민적·문화적 특수성과 정치적 상황 등이 얽혀있다. 하지만 원칙 있게 통제한 국가에서 환자와 사망자의 발생이 적은 것은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접종을 개시한 42개국 가운데 36개국이 고소득국가, 6개국은 중간소득국가”라고 밝혔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백신의 공평한 분배가 중요하다”며 “고소득국가는 제약사와 직거래하는 백신 사재기를 중단하라”고 백신의 불공정을 걱정했다(1.8).


현재 세계 백신 시장은 미국-영국 계열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등으로 3분화 된다. 외신을 보면 이들 세 블록은 서로 상대의 백신이 ‘믿기 어렵다’고 비방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도 화이자 백신이 나왔을 때 올랐다.


제일 먼저 러시아가 백신을 등록했다. 작년 8월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딸도 맞았는데 “결과가 좋다”고 은근히 자랑했다(2020.8.11.). 미국 언론은 백신 개발자와 50명의 군인 그리고 소수의 지원자에게만 접종된 백신은 “이례적이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접종에 들어갔다. 이 “이례적인 백신”은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서는 외면 당하지만 좌파 정권이 득세하는 중남미 국가에서는 인기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니카라과, 쿠바 등이 러시아산 백신을 도입했거나 합작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야당은 “정부가 국민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지정학적, 이념적 바탕에서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중국도 그 무렵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UAE)로 시노팜(Sinopharm) 백신을 수출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이 백신이 효능실험에서 86%가 나왔다며 접종을 시작한다(2020.12.15).


같은 회교국 인도네시아도 중국 시노백(Sinovac)이 개발한 백신에 대해 회교도(무슬림)의 사용을 허용하는 ‘할랄’ 결정을 내리고(1.8), 13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부터 접종에 들어간다.


중국산 백신은 현재 아랍에미레이트,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칠레 등과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쪽에도 추파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가을만 해도 ‘부작용이 73가지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백신’이라는 평을 듣는 중국 백신에 미련을 갖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중국 시노팜에서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서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협의 채널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2020.9.15).


3주일 뒤 중국이 국제 백신공유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에 가입하자(10.9), 국내에서는 ‘정부가 중국산 백신을 수입하려고 한다’는 말이 돌았다.


지난 12월, 백신 늑장 도입과 관련해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아직 깨끗하게 정리된 것 같지 않다. 정부가 도입한다는 코백스 백신이 어떤 제품인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좋은 백신이 제때 들어오고 잘 돌아갈 경우의 이야기이다. 군대까지 동원해 접종률을 높여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장관은 연초(1.1)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그 결과 국가 경제가 일주일이라도 일찍 활성화 되면, 그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코로나에 갇혀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는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도 지정학적, 이념적 측면이 아니라 국민건강 측면에서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정부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