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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가 나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입력 2021.02.21 08:00 수정 2021.02.21 16:10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범계 추미애식 인사 초안, 문재인 코로나 위로금 검토

김명수는 거짓말에 거짓말 또 보태는 사과로 조국이 돼

ⓒ데일리안 DB

문재인 정권이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대법원장은 거짓말 사과로 동향(同鄕)의 이 정부 위선의 상징 조국의 길을 가기로 한 듯하고, 대통령은 아무도 바라지 않고 있던 코로나 위로금 지급 검토 얘기로 순진한 국민의 공돈 바라는 마음을 기습했다.


문재인 레임덕을 가속하는 안전핀을 뽑아 던지고 산으로 갔는지 바다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 신현수의 지난 며칠간 행적을 좇는 폭로 보도는 인기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재미있다는 건 드라마틱하다는 얘기이지 즐겁다는 뜻이 아니다. 그 반대로 허탈하고 개탄스럽다.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해당 부처 외청의 중요 보직 인사 조율 역할을 하는 수석비서관을 우회해서 대통령 결재도 없이 휴일을 기해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대목은 꼭 어느 날 새벽 미명(未明)을 기해 분연히 일어섰다는 쿠데타 군 발표를 연상시킨다. 사실이라면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한 유력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청와대가 부인하자 그 기사를 잠시 인용했던 다른 언론들은 거둬들였다.


대통령은 장관의 그 쿠데타 인사안을 추인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이 그 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으나 묵살하고...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대통령 문재인의 마음을 읽었거나 사전에 묵계가 있었던지, 아니면 더 드라마틱하게 소설을 쓰자면, ‘이게 친문 그룹의 뜻입니다’라고 대통령을 압박했든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추측해야 검찰총장 윤석열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 했다는 신현수가 반대하는 검사장급 이상 인사 내용을 일요일에 터뜨린 의문이 풀린다. 박범계는 신현수가 휴가를 가고 청와대에서 없어지자 ‘이제 진짜 내 맘대로 하자’는 듯 말 잘 듣는 검사 승진, 말 안 듣는 검사 좌천이라는 추미애식 인사 초안을 검찰총장이 있는 대검에 보냈다고 한다.


신현수와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고,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호흡을 맞춰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수석 중의 한 사람이다. 검사 출신으로 현재 대통령 가까이에 있는 고위직 중 유일한 친(親) 검찰 인사이기도 하다.


한 달여 전에 대통령이 그를 민정수석으로 부른 것도 검찰과의 관계를 위해서라고 했다. 그랬던 문재인과 신현수 사이가 이렇게 금 가고 있다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문재인이 민주당 내 강경파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 그들과 생각이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신현수가 몰랐을 수도 있다.


검찰을 괴멸(壞滅)시켜야 한다는 시각의 친문 강경파를 정부에서 대표하는 제2의 추미애 박범계는 검찰 편에 서 있는 듯한 신현수가 매우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신현수 사의 사태에서 보이는 그의 침묵은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바라던 바라는 뜻)의 언어다.


국가의 두 사법기관 중 검찰 조직이 전·현직 장관들의 농단 인사에 의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한편에서 다른 한 축인 법원의 최고 인물이 자신의 불법적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보름 만에 거짓말 사과문을 내놓아 판사 망신, 사법부 망신을 주고 있다.


대법원장 김명수의 사과문이란 것을 보자.


“최근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일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줄 안다. 현직 법관이 탄핵 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진보좌파 대법원장 글에서 지난 권위주의 정권 냄새가 난다. 그 시절 높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들어 봤던 남의 다리 긁는 화법이다. 우리 사법부를 둘러싼 일로 국민의 심려가 크다니... 국민은 당신이 한 조치와 거짓말로 부끄러워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는 이 사과문에서 최소한 7가지 허위사실을 적었다고 법조계 사람들이 하나하나 세어서 지적했다. 그의 법관 탄핵 관련 발언을 공개한 부장판사 임성근이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왜 몰래 녹음했냐고 하니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서”라고 한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그 과정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 드린 일이 있었다.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부주의한 답변이 아니고 거짓말이다. 판사라는 사람이 말을 왜 이렇게 돌리는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고, 법 규정을 고려해 사표를 받지 않았다고도 해 김뻔수(뻔뻔한 명수)라는 별명까지 후배 판사들로부터 얻었다.


거짓 사과로 위기를 넘기고 대법원장 임기 6년을 다 채우고 싶다는 수작인데, 참으로 구차하다. 그는 또 정권 관련 중요 재판을 담당할 판사에 친정부 인사를 심는 소위 코드 인사도 단행, 사실상 재판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 김명수 개인이야 불쌍하고 이름 하나 더럽혀지면 되지만, 대한민국 사법부와 국민의 자존심, 그 위신은 어쩌란 말인가?


대통령 문재인도 자신이 임명한 이런 사람들에게서 물들었는지 어제오늘 행보가 부쩍 대담해졌다. 자화자찬과 남의 돈(세금) 퍼주기를 대놓고 해서다. 민주당 지도부와 오찬간담회에서 “당·정·청이 역대 이런 성과를 낸 적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청와대 수석이 불협화음으로 사표 내 어수선한 판인데, 무슨 성과를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갑작스레 코로나 위로금 지급 뜻을 밝혔다.


이 묻지도 않은 공돈 제공 계획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단비가 될 것이지만, 대다수 보통 국민들에게는 "돈을 왜 또 주지?" 하는 반응을 일으킨다. 이 돈도 역시 코로나와 무관하게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 오히려 수입이 더 나아진 사람들에게도 주어지게 될 것이다.


옛날에 부모가 가르친 대로 아이가 안 받으려던 용돈을 친척 어른이 억지로 주머니에 넣어주는 식이다. 그 돈은 그 어른, 즉 남의 돈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겠다는 돈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전 국회의원 유승민은 “내가 낸 돈으로 나를 위로한다?”라는 조롱으로 반문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위로금을 나눠 주겠다고 한다면 ‘이러시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그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고를 털어서 주겠다고 하면 더욱 말려야만 한다. 그래서 어려운 삶을 사는 약자들과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에게 위로금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자기 돈을 쓰라고 강권하는 이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은 선거를 떼놓고는 풀어지지 않는 매우 쉬운 산수이다.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사려는, 나라 살림 망치는 매표 행위다.


눈엣가시가 됐던 한 가신(家臣)이 스스로 짐을 싸려 하니 모두가 홀가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마치 그가 나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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