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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길을 열어 달라!’던 김기현의 길 찾기 명연설


입력 2021.06.26 09:03 수정 2021.06.25 09:03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나라가 ‘586 운동권의 요새화’, 20대 학생운동 평생 우려먹어

‘구국의 강철대오’가 ‘이권의 강철대오’, ‘세습의 강철대오’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일자리 정책 등을 비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폭락, 집권 4년 만에 민심이 폭발하게 된 분노의 표적에는 586 운동권 출신이란 사람들이 있다.


5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라서 붙여진, 소위 ‘민주화 운동’ 참가자들이다. 5공의 학원 자율화 조치 이후 이전보다 매우 자유롭게, 확성기로 하고 싶은 말 하고 게시판에 쓰고 싶은 말 쓰면서, 수업에 빠져도 교수들이 낙제는 안 시키는 ‘특혜’와 함께, 집회와 시위를 벌여 온 ‘직업 운동권’이었던 이들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들을 거치면서 386(30대), 486(40대), 586(50대) (생계형) 직업 정치인들로 변신했다.


이들은 학생운동 이력을 간판으로, 문재인 정권에서 대한민국을 접수했다. 그리고 마음껏 해 먹었고, 지금도 해 먹고 있다. 그 결과 ‘586 운동권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호남에서도 64%에 달하게 됐다.


586의 나라 유린 참상은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김기현(62, 4선)의 최근 국회 연설 속에 일목요연하게 집약돼 있다. 뛰어난 조어(造語) 감각을 보이는 그의 이 명연설은 그러나, 사람들의 이목을 별로 끌지 못하고 묻힐 뻔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로 뽑힌 이준석의 36살의 나이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기자들의 눈이 꽂혀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김기현은 필자와 같은 세대이다. 조국의 부강, 가족의 행복, 개인의 출세를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면서도 사회 불의에 늘 분노했다. 하지만 그는 필자보다는 한두 단계 위에서 생각하고 실천한 사람이다. 울산에서 나고 부산에서 고교를 다닌 김기현은 서울대 법학과를 1977년에 들어간, 대한민국에서는 ‘특급’에 속하는 인재인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교회 장로에 두 아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소아마비 장애 친구를 업어서 등·하교 시켜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던, 요즘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감사원장 최재형을 연상케 한다. 그는 민주화 운동이 자기들의 전유물인 양 말하는 민주당 대표 송영길에게 “나도 대학 4년 내내 독재 타도 데모에 참가한 사람”이라고 면박을 주었다.


고교(부산동고)와 대학 후배인 변호사 석동현(60,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그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당선됐을 때 올린, 사법고시 당일 시험장에 늦어 낙방할 뻔한 일화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차들로 꽉 막힌 한남대교 위에서 타고 있던, 김기현의 친척이 그날 빌려준 벤츠 밖으로 나와 발을 동동 구르다 뒤돌아보니 그가 ‘주여, 길을 열어 달라!’며 울부짖고 있더라는 것이다. 둘은 이 벤츠를 운전한 친척 형의 기적 같은 인근 미군 부대 이용 곡예 질주로 무사히 입실, 후일 판사와 검사가 됐다.


김기현은 석동현의 그 추억담 하나로 굉장히 신실(信實)하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올곧은 사람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그는 실제로도 그런 인물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그런 그가 윤석열의 수사로 잘 알려진, 청와대가 (대통령의 오랜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은 울산시장 재선에 (억울하게) 실패하고 지난해 울산 남을 지역구에 출마, 금배지를 달았다. 울산시장 대신 국회의원이 된 그에겐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초선으로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그는 지난주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고시 공부를 할 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나라를 생각하며 고심해서 작성한 듯한 명문이었다. 그 옥고(玉槁)가 뒤늦게 ‘사이다’라는 입소문을 타고 보수우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조회 수가 100만을 넘어섰다니 무척 다행이다. 묻혀 버리지 않고 빛을 받아서다.


“대한민국이 ‘586 운동권의 요새’가 되어 가고 있다. 20대 때 학생운동 했다고 평생을 우려먹었다. 운동권 경력으로 30, 40대에 국회의원 하더니 40, 50대가 되어 국가 요직을 휩쓸었다. 그들에게는 태평성대도 이런 태평성대가 없다.”


“80년대 ‘구국의 강철대오’가 이제는 ‘이권의 강철대오’, ‘세습의 강철대오’가 되었다. 운동권 이력 완장을 차고 온갖 불공정, 반칙, 특권의 과실을 따 먹고 있는 자신들을 돌아보시라. 오늘의 힘겨워하는 청춘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냐.”


그는 586 외에 진보좌파 정권의 노조 우선, 기업에 적대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보수우파 정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질타했다.


“‘친(親)귀족 노조, 반(反)기업’ 정책이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다. 대통령의 ‘일자리 상황판’ 어디로 갔나? 낙제생이 성적표 숨긴다고 모범생 되는가?”


이밖에 나라 빚, 탈원전 문제 지적에서도 보인 그의 자료 정리와 핵심 이슈 표현 능력 또한 압권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68년간 쌓인 국가채무가 660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단 4년 동안 340조가 더 늘었다.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열고야 말았다.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빚까지 청년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건가?”


“국내에선 탈원전 하면서, 해외로는 원전 수출이라니, 이거 이상하지 않나?한편의 코미디 아닌가? 지난 4년간 태양광으로 훼손된 산림은 축구장 3300개 규모다. 게다가 태양광 설치 업체 중 다수가 과거 운동권 인맥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것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인가, 아니면 ‘운동권 재생 사업’인가? 국민 그만 속이고, 탈원전 정책 당장 폐기하라.”


새 당 대표와 25살 나이 차는 전혀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하는 60대 초반 원내대표, 공부도 학생운동도 열심히 한, 상식과 합리를 믿는 독실한 종교인 김기현이 보수 야당에서 중요한 자리에 올라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주여, 길을 열어 달라!’고 울부짖었던 그가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바른길 찾기를 위해 포효한 연설문 조회 수가 100만을 넘은 건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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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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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y 2021.06.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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