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민주당 의원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 추진
국회 및 시민단체 주도 '법관선발위원회' 설치해 판사 임용…의석수 비례해 선발 권한 나눠 갖자?
법조계 "친정권 인물 입맛대로 뽑아 정권 하수인 만들려는 것…법치주의 위협 발상"
여권이 판사를 필기시험 대신 시민단체 선발로 임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이 판사들마저 좌파 생태계로 만들려고 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명수 행정처의 '김앤장 판사 독식법'을 본회의에서 저지했다"며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언급한 '김앤장 판사 독식법'은 판사 임용자격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하향 조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 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4표 차로 부결됐다.
법원조직법 개정은 판사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대법원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판사직을 지원할 때 최소 법조 경력 7년,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변호사·검사 경력을 쌓은 법조인만이 판사를 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조만간 판사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판사직 지원자 가운데 7년 이상∼10년 미만 158명(30.2%),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는 43명(8.2%)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서는 선발되는 판사 수가 부족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판사 수가 부족하면 1명의 판사가 담당하는 재판이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특목고와 서울대를 나와 '김앤장'에서 일해 본 변호사만 판사로 뽑겠다는 것이냐"며 개정안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이탄희 의원은 "이미 내년 신규 임용 판사 157명 가운데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50명이고 8분의 1은 김앤장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의 일환으로 "신규 판사 선발을 필기시험 성적 중심으로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며 "사회의 여러 세력이 주도하는 법관선발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이 원하는 인재들을 판사로 임용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언급한 '사회의 여러 세력'은 국회 및 시민사회단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판사 선발과정을 국회 및 시민단체에 맡기겠다는 여권의 정책 구상을 놓고 "판사들마저 좌파 생태계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훈 변호사는 "특정 성향과 정파성을 띄는 시민단체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만약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판사를 선발할 권한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라면, 다수당에 의해 판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어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권이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뽑아서 언제든 입맛대로 만들 수 있는 곳이 시민단체"라며 "시민단체도 결국 정치조직인데 정치와 가장 멀어야 하는 법 관료를 시민단체 추천으로 임용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그 많은 시민단체들 가운데 어떤 단체를 선정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며 "정치인들이 친정권 인물을 입맛대로 뽑아 판사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법조계에 좌파 생태계를 확실하게 다져 놓겠다는 것"이라며 "과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국회와 시민사회가 시험 없이 판사 지원자들을 헤아려서 뽑자는 주장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대단히 무서운 발상"이라며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여야가 중립적으로 판사를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마 의석수에 비례해 판사를 선발할 권한을 나누어 가지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