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여성 공무원이 50대 남성 상사로부터 수년간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부산본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와 남구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2차 가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남구청 공무원 A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사인 B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
2018년 8월 B씨는 A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B씨는 부임한 날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A씨를 추행했으며 A씨가 만취한 사이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B씨는 A씨를 인적이 드문 외진 곳으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을 거부하면 공무원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는 협박을 일삼았다.
B씨는 2019년 7월 A씨가 구청 내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이후에도 A씨의 뺨을 때리거나 폭언·폭행을 가하는 등 지속해서 괴롭힘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지난해 8월 B씨의 부인인 C씨(남구청 직원)를 찾아가 B씨의 만행을 알렸다. 그런데 오히려 C씨는 A씨가 불륜을 저질렀다며 A씨 집 앞을 찾아가 이웃 주민들에게 망신을 주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것. 이 같은 2차 가해는 6개월에 걸쳐 계속됐다.
결국 A씨는 지난 4월 경찰에 직장 내 성폭행 등 혐의로 B씨를 고소한 후 타시도로 전출을 가게 됐다.
하지만 전출 이후에도 B씨가 바뀐 근무지로 찾아오겠다고 협박하는 등 괴롭힘이 지속되자 A씨는 지난 5월 여성가족부와 부산시, 남구청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부산시 감사위원회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은 사건의 중대함을 인지하고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도 지난달 진상조사를 위해 B씨에게 소명 자료를 요청했지만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남구청은 B씨를 직위해제만 했을 뿐 진상조사와 2차 가해 등 재발 방지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이번 사건은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비위 문제와 이를 묵인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 때문이다. 성범죄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