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수사 외압 재판서 증언…"안양지청장이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위법한 지시이고 청산해야 할 적폐"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첫 공판에서 2019년 당시 이 고검장이 지휘하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장준희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성윤 고검장의 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상황을 설명했다.
장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측에 출국금지 정보가 유출된 의혹을 수사하던 2019년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의 부장검사였다. 그는 올해 1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가 불법으로 이뤄졌다고 최초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했다.
당시 형사3부는 당초 법무부가 '김 전 차관 측에 출국금지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의뢰해서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도리어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금지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출국금지 요청서에 적었고, 허락 없이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를 쓰기도 했다.
형사 3부는 이를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와 지청장을 통해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 이후 안양지청장과 차장검사가 형사3부에 '이 검사를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 배경에 사실상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장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장 부장검사는 "조금 시간이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안양지청장이 '대검찰청이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며 "이후 지청장과 차장이 신경이 날카로워져 소환이나 계좌추적 등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이 "이 보고서가 대검찰청에 보고된 후 안양지청장과 차장검사가 이규원 검사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냐"고 묻자, 장 부장검사는 "그런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답했다.
장 부장검사는 또 "(안양지청 차장검사가) 이규원 검사 혼자 입건돼서 처벌받는 것은 가혹하다고 저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에서 저희 지휘를 맡은 부서는 반부패강력부"라고 부연했다.
이어 장 부장검사는 "(대검의 지시에) 검사들이 상당히 격분했다"며 "명확한 증거와 진술이 있는데도 수사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검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위법한 지시이고 청산해야 할 적폐가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직 고검장으로 사상 처음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 고검장은 피고인석에 앉아 장 부장검사의 증언을 지켜봤다. 그는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의와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