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행정안전부, 대통령 업무보고…"경찰대 순기능 있지만 불공정한 면 있어"
순경 출신 고위직 확대…복수직급제 도입·승진심사기준 개정
행안부, 8월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출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번에는 경찰 조직의 승진 체계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경찰대 '개혁' 추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하는 등 집단반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대 출신들을 직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장관은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행안부 업무계획 자료에서 경찰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8월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려 '경찰대 개혁'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업무보고 전 언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에 "경찰대는 고위 (경찰)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부터 출발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개인적으로 우선 출발선상은 맞춰야 공정한 사회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경찰대학은 역량 있는 경찰간부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4년제 특수대학으로,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임용된다.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이 승진시험을 치지 않고 근속승진을 할 경우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이 걸리는데, 경찰대 졸업생은 주로 경위 직급인 일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국 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총경은 경찰대 4기 졸업생이고, 해당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총경 대다수도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자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감·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한 경찰관도 경찰대 14기 출신이다.
이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고, 경감 이하 직급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출신들이 있다"며 "하나회가 바로 그렇게 출발을 했고 12·12(쿠데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경찰을 개혁한다고 하니까 본인들의 지위에 위기감을 느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들이더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대통령 공약대로 순경 출신이 경무관 이상 직급의 20%를 차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총경, 경정, 경감부터 일반직 비율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총경 인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8월 초순경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치는 대로 총경 승진 제청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총경 승진 제청권은 행안부 장관 업무다. 경찰국으로 부임할 치안감 인선도 특정 출신이 아닌 다양한 입직경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매년 경무관 승진자 중 순경 등 일반 출신을 현행 3.6%에서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하고 승진심사기준을 오는 10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또 경찰공무원의 보수를 공안직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8월부터 기재부 등과 관계부처 협의체를 운영한다. 공안직에는 교정직, 보호직, 검찰직, 마약수사직, 출입국관리직 등이 있다.
아울러 행안부는 8월 중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경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권고안을 6개월 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정기·수시회의를 열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 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 사법·행정경찰 구분,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제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