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직전 4시간 동안 4만명 이상 하차하는 상황서 조치취하라는 본부 지시 묵살
용산보건소장·용산서 112상황팀장 등도 추가 입건…모두 21명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서울교통공사 본부의 지시가 있었는데도 현장 총책임자가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5일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이 소장에게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적용했다.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봉화산역 구간을 관리·감독하는 이 소장이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이태원역 일대에 인파가 쏟아져 나왔고 결국 압사 사고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판단이다. 참사 발생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이태원역에 4만명 이상이 하차하는 상황에서 이 소장이 조치를 취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한 인원은 오후 5시부터 급격히 증가해 5∼6시 8068명, 6∼7시 1만747명, 7∼8시 1만1873명, 8∼9시 1만1666명, 9∼10시 9285명이 이태원역을 빠져나왔다. 1주일 전인 10월 22일 같은 시간대 하차 승객이 시간당 1800∼2500명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소의 너댓 배에 해당하는 승객이 몰린 셈이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승객 대부분이 사고가 난 골목길과 연결되는 1·2번 출구로 빠져나가면서 일대 밀집도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소장은 당일 이태원역에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해 자신의 근무지인 동묘영업사업소가 아닌 이태원역으로 출근해 현장 상황을 지켜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또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내부 문건에 허위로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을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입건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30분께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가 보건소로 간 뒤 이튿날 0시 9분 다시 현장에 돌아왔는데도 구청 내부 문서에는 29일 오후 11시 30분께 현장 도착 후 곧바로 구조를 지휘했다고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한 112상황팀장도 이날 입건됐다. 그는 참사 전 112신고 처리와 참사 이후 구호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이날 이 소장 등 3명이 추가됨에 따라 특수본에 입건된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는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모두 21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112 신고 일부에 대한 경찰 조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찰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같은 의혹으로 감찰기록과 함께 수사를 의뢰받은 이태원파출소 팀장 2명의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