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의 진술 번복과 거짓말과 관련해 "(이기영은) 목전에 있는 불리함을 아주 즉각적으로 피할 수 있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상당히 전략적인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판단이 나왔다.
7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기영이라고 하는 사람은 평상시에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허언증의 증상도 농후하고 또 어떤 측에서는 이른바 리플리증후군이라고 하는 것까지 예상된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앞서 이기영은 전 여자친구 시신을 유기했다고 최초 진술한 지점에서 3km 떨어진 곳에 시신을 묻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경찰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이 장소마저도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이기영 입장에서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양형에 있어서 아주 유리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엉뚱한 곳을 지목을 하면서 마치 사실인 양 이야기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이기영은 본인을) 건물주, 재력가라고 얘기하고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다른 엉뚱한 얘기를 하는 등 이 점이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전략적일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며 "과거에 여러 가지 형태의 거짓말을 많이 했던 모습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결국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면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다고 하는 증거는 자신의 자백밖에 없는데 법리상 자백만으로는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다"며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영은 결국 살인에 고의도 없었고 단순한 상해치사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시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상해치사의 혐의도 그렇게 입증하기도 녹록지 않다"며 "그래서 지금 거짓말을 상당히 교묘하게 하면서 이 사안에 있어서는 무죄를 받으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심증은 있지만 시신이 없게 되면 무죄로 양형이 결론 난 판례가 상당 부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 기사를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데려와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당초 택시기사와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이기영에게 살인 혐의 적용만을 검토했으나, 지난 4일 검찰에 넘길 때는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기영이 받고 있는 혐의 중 가장 중대한 혐의는 강도살인 혐의다. 일반 살인 혐의는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강도살인 혐의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법정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기영은 두 건의 범행 모두 돈을 목적으로 한 강도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 주장했다.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투다가 자전거 수리 장비를 우발적으로 던졌는데 숨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