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 선배들, 김만배와 돈거래 정황…100만원부터 억대까지
추잡한 '언론게이트' 실체, 정영학 녹취록서도 확인 가능…김만배 "걔네들은 현찰이 필요해"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 '대장동 사건' 기사 보다…눈 앞의 현금이 중요했던 기자들
돈을 대가로 펜 놨다면, 더 이상 기자 아냐…'선배'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캥거루족'이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부모님 집에 얹혀산다(생활비는 내고 있다). 부모님이 가끔 독립을 요구할 때면 "돈이 없다"며 드러눕는다. 그렇게 부모님 품 안에 있으니, '살림살이'를 장만할 일도 없다. 그냥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내게 주어진 방 한 칸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일부' 선배들은 달랐나 보다. 장만해야 할 살림살이가 많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힘드니, 김만배와 '돈거래'를 했던 것 아닐까. 그렇게까지 장만해야 할 살림살이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찌 됐든, 일부 선배들이 김만배와 '돈거래'를 했다고 한다.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6억원 이상의 금전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결국 해고당한 전 한겨레신문 기자, 김만배가 함께 골프를 치며 100만원씩 건넸다는 수십명의 선배들, '서류상'으로 화천대유에 입사시킨 뒤 연봉을 지급했다는 선배들까지. 상당히 많은 선배들이 김만배와 얽힌 건 사실로 보인다.
이 추잡한 '언론게이트'의 실체는 2020년 7월 29일 자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자) 녹취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정영학이 김만배에게 "형님, 맨날 그 기자분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고 말하자 김만배는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 걔네들에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그래서 차용증이 무지 많아, 여기.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 분당에"라고 대답했다.
김만배는 이 '돈거래'의 대가로 기자들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를 눈 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셈이다. 그런데 목에 방울이 달린 고양이는 놀랍게도 소리가 날까 조심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김만배가 '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자들을 관리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그의 덕에 정말 많은 선배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리라.
회사에서 받는 월급 외에는 그 어떤 '돈거래'도 해보지 않은 후배로서는 이번 사태를 보며 회의감이 든다. 누가 언제부터 기자에게 기사를 쓰라 마라 할 수 있었는가. 기자들이 언제부터 누구 밑에서 '관리되는' 사람들이었나. 기자는 그냥 보고, 듣고, 쓰는 사람이다. 돈을 대가로 펜을 놨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기자라고 부를 수 없다. 당연히 나도 그들을 선배라고 호칭할 수 없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라는 의혹을 받는 대장동 사건 기사보다 당장 내 눈앞에 놓인 현금 100만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꼴 아닌가. 당신들, 기자는 원래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지 않았나.
기자는 '펜대(요즘은 노트북 자판이 더 익숙하지만)'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만큼 신중하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또 살려야 할 사람은 살리고, 죽여야 할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도 배웠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돈이 많으면, 죽어야 할 사람도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배님들이 얼마나 좋은 살림살이를 마련하셨는지, 나중에 꼭 한번 구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