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시행 앞두고 벌써…헌재로 몰리는 '불복'의 물결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3.11 10:49  수정 2026.03.11 10:50

'법원 판결 취소해달라'…올해 헌재 접수 사건 중 60%

헌재 "연간 최대 1만5000건 예상…오히려 업무는 경감"

"상당수 사전심사 단계서 각하…4심제 부작용 없도록 대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 중인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사진은 2026년 2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뉴시스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 심판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 시행을 앞두고 벌써 헌재에 관련 청구 사건이 다수 산적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최대 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헌재는 사실상의 '4심제'로 변질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면 2월 중순 확정된 판결부터 헌재에 재판 취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11일 헌재와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이 369건 접수됐다. 이 기간 접수된 전체 헌법소원 사건(619건)의 약 60%에 육박한다. 한 사람이 312건을 몰아서 청구한 경우를 빼더라도, 아직 시행 전인 재판소원이 전체 헌법소원의 약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헌재는 지난 10일 손인혁 사무처장 주재 재판소원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도 시행 준비 상황과 운영 방안 등을 설명했다. 손 처장은 "이른바 4심제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연구원을 중심으로 외국 판례와 실무 경험을 충실히 검토하고 있고, 여러 전문가와 재판부·연구부 간 소통 기회를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성수 사무차장은 "적시 처리를 위해 헌법연구관과 사무처 심판사무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행 즉시 사무처 직원의 근무부서 조정을 통해 사건 접수와 처리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관련 부서에 임시로 지원 인력을 배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재판소원 1만5000건이 헌재에 접수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법원의 상고 건수 대비 25∼30%의 불복률을 적용한 수치다. 지난해 헌재에 접수된 헌법소원은 총 3092건으로 집계됐다. 헌재는 다만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 처장은 '기존 헌법소원 사건 수도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기존 헌법소원 제도의 무게가 매우 가벼워진다"고 주장했다. 그간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헌재를 찾았던 사건들이 앞으로는 법원의 재판 절차를 먼저 거치게 될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공권력 행사에 직접 대응하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에만 국한된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법원 재판을 전제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위헌심사형'의 경우, 재판소원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 절차가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결국 재판소원 도입이 헌재의 전체적인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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