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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가 '어른말' 듣겠나" 사회분열 가속화 우려


입력 2014.04.27 11:00 수정 2014.04.27 11:01        이충재 기자

'세대 갈등' '기본질서 붕괴' 조짐 "기본부터 바로세우는 노력 필요"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이제 누가 어른 말 듣겠는가! ‘나쁜 어른들 사회’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7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 책상에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는 흰 국화꽃이 놓여져있다. ⓒ데일리안
세월호 침몰 사건이 할퀴고 간 상처는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관련 뉴스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주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회사원, 무기력감이나 허탈감, 분노를 호소하는 시민 등 우리사회가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치유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갈등에 대한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는 “이동하지 말라”는 선내 방송을 잘 따른 어린 학생들의 희생, 이들을 뒤로한 채 탈출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대비되면서 ‘어른이 부끄러운 사회’가 됐다. 당장 “이제 누가 어른 말 듣겠느냐”, “세대 간 갈등을 치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영우 국민통합시민운동 운영위원장은 23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이번 사고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놔둔 채 자기만 살겠다고 해서 벌어진 참사다. 말 잘 듣는 학생들만 희생됐는데, 앞으로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이 ‘세대갈등’으로 번져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른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사회의 모범이 되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른 못 믿는 사회' 우려…모범되려는 노력 치열하게 해야"

이 위원장은 이어 “향후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고, 또 국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져야할 문제이고, 당장 ‘누구 탓’을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혼란과 갈등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쟁 보다 더 큰 혼란에 맞서서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초당적으로 나서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 갈래 나뉜 좌우가 화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장은 시민들이 겪는 ‘심리적 위축, 불안, 분노’를 우려했다. 채 센터장은 현재 시민들의 심리를 ‘배’에 비유하며 “이번 사태로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뜬 상태가 되어 좌우로 흔들리는 등 과잉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이라며 “이들을 차분하게 무게 중심을 내려줘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 센터장은 심리적 외상을 입은 시민들에 대해 “인간으로서 ‘따뜻한 우울감’을 느꼈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나도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라며 “일정 부분의 우울과 불안, 분노는 개인의 인지 구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다’며 위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국민 특성상 정이 많고 서로를 감싸주는 것이 있어서 국민들이 불안, 분노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미국 사회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자신의 일을 다 하고, 과잉반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의식으로 뭉치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울감이 이런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정당화시켜주면 서로를 치유해 줘야 한다. 우리 정서를 이른바 ‘냄비근성’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쉽게 복원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 '심리적 치유' 위해 '향후대책'에 집중해 줘야"

특히 그는 언론의 방향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사태에 대한 ‘심리적 외상’을 입은 상황에서 수용하는 입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언론에서 부정적인 사고를 되새김질하는 보도방향인 ‘참사의 원인’ 보다는 ‘향후 대책’ 위주로 보도를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이렇게 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식의 보도를 해봤자 (심리적 외상에 대한 치유에) 소용이 없고, 오히려 더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오피니언리더들의 자세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등 정쟁을 벌이면 국민들은 식상해 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상식의 수준에서 자원봉사활동 등 피해자 수습에 동참하면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좋은 기회로 활용 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안전대책이나 정책을 확실하게 해보는 기회도 되고, 서로가 도와주며 우리가 같은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아닌 ‘외상후성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이번 사건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만 지우고 끝낼 것이 아니라 각자 본연에서 기본에 충실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를 다시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본다지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국민들이 받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멈추고 트라우마에 갇힌 모습이 됐지만, 이제는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애도의 마음을 간직하되,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이 맡은 각 분야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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