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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귀순' 탈북자가 아내 목조르고 자살하려는 이유가...


입력 2015.06.07 10:16 수정 2015.06.07 10:17        하윤아 기자

<탈북했다고 끝나지 않는 악몽, 탈북아동의 현주소③>

탈북자 아동 '성공정착' 위해선…"일반학교로 보내야!"

서울 남대문로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북한정의연대와 탈북난민인권침해신고센터 관계자들이 스웨덴 당국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송환 위기에 처한 탈북고아의 난민심사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탈북청소년의 남한 내 존재는 이들의 출생 혹은 입국 시의 상황, 또는 남한 정착 후 가정의 해체여부 등으로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19세 이하의 탈북청소년은 4461명이다. 법적으로 24세까지가 탈북청소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은 무연고·실질적 무연고 탈북청소년, 제3국에서 태어난 비보호탈북청소년 등으로 나뉘어 각각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이들의 남한정착 실태와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 등을 재조명해 '통일의 미래'인 탈북청소년들의 바람직한 남한 정착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지난 2008년 이른바 '노크 귀순'으로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 탈북자 이철호 씨. 최근 그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탈북 후 남한에 정착한 뒤 그는 북한 고위사령부 장교 출신으로서 북한군의 실상을 낱낱이 해부하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탈북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등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듯 보였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1월 아내의 목을 조른 후 지인들에게 ‘한국에 와서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정말 힘들었다’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가 극악 범죄를 시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에는 남한 사회 부적응과 생활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실제 국내 거주 탈북자의 상당수는 여전히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씨의 경우처럼 일부 탈북자 가운데 사회 부적응 문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51명이던 탈북자 수감자 수가 2012년에는 68명, 2013년에는 86명, 2014년에는 97명(2014년 7월 기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 탈북자들은 각종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탈북자들의 사회 부적응 문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속히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청소년 사회적응 대책 마련 시급…“일반학교 가기가 두려워요”

일각에서는 탈북자들이 이른 시기부터 한국 사회에 올바르게 적응하고 한국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점차 증가하는 국내 탈북 아동들을 사회에 제대로 정착시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그해 7월부터 3개월간 1997~2013년 국내 입국자 중 만 8세~만 18세 사이의 탈북청소년 744명을 대상으로 ‘2014 탈북청소년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44명의 탈북청소년 가운데 41.5%가 정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정규 중학교에 다니는 비율은 35.1%, 정규 고등학교 경우는 14.8%로 나타났다. 또 일반 정규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비율은 4.8%였으며, 그 중 ‘탈북 청소년만 다니는 학교’에 재학 중인 비율은 3.5%로 조사됐다.

다만, 해당 조사의 정규학교 재학 비율에는 한겨레중고등학교(정원 200명) 탈북 청소년들이 포함돼 있다. 한겨레학교는 정부로부터 정규학교로 허가받은 탈북 청소년 특성화학교로 전교생이 모두 탈북 청소년들로 구성돼있다. 여전히 상당수의 탈북청소년들이 정착 시작부터 '탈북자끼리'의 삶에 안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실제 한겨레학교 등 ‘탈북학생만 다니는 학교’의 일부 탈북 청소년들은 일반학교로의 진학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자신을 받아주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 때문에 일반학교로의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호래 한겨레고등학교 교감은 27일 ‘데일리안’에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학생들과 한국 학교에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말투도 생각도 다르다보니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두려움 때문에 일반학교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탈북학생들이 일반학교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이유와 관련, “한국 학생들이 자신을 받아들여 줄 것인지, 자신을 친구로서 따뜻하게 맞아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습과정에서의 수준차이 또한 탈북학생들의 일반학교 진학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 교감은 “한겨레고등학교 학생 16%가 읽기·쓰기·셈하기 부분에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 안 된다”며 “근처 고등학교랑 비교했는데 그곳은 4.7%로 나와 4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부도, 언어 소통도 안 되고 외모적으로 키도 작고 하니까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교육 필요성 대두 “일반학교, 대안학교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있는 기관의 관계자나 탈북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민간 지원 단체 관계자 등은 한 목소리로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과 북 출신의 청소년들이 서로 부딪힐 수 있는 공간에서 함께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무지개청소년센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안교육시설에 간다. 같은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적응이 어려운 친구들은 일시적으로 분리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통일을 바라본다면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탈북청소년의 학교생활과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도 “실제 대학에 진학하는 탈북학생 중 일반학교와 대안학교 출신을 비교해보면 초기 적응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출신 탈북학생의 경우 대학 진학 후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반학교 출신 탈북학생은 한국 학생들과 오래전부터 함께 생활해온 터라 적응에 있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무조건 100% 통합교육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대안학교와 일반학교를 연계해 교류하도록 하는 통합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초기 정착과정에서 일정기간 분리교육을 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공교육 내에서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공교육에서 탈북학생들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지금은 오히려 탈북자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일반화된 것처럼 여겨지고 있어 문제”라며 “대안교육은 (일반학교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나, 따로 떼어 놓을 수밖에 없는 예외적인 아이들을 수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 교육을 통해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한 탈북학생들을 일반학교로 보내고, 반대로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일부 특수한 경우의 학생들을 대안학교로 보내 맞춤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체계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과 그들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는 여전히 한계점으로 남아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 교감은 “현 실정상 ‘어느 누가 탈북 청소년과 같이 내 자녀를 교육 시키겠나’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통합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탈북 청소년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사회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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