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 외치는 퀴어축제, 정작 언론 차별?
경찰 만일 사태 대비해 차단벽 설치…기독교계는 동성애 규탄 집회 열기도
차별금지를 외치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정작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의 취재를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가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이날 무대 옆에 설치된 본부석에서 취재를 원하는 언론을 대상으로 사전 ‘프레스 카드’를 발급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데일리안’ 등 26개 매체에 대해서는 취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지난 개막식 당시 종교관련 4개 매체에 대해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던 것에 비해 약 7배가량 거부 매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서울광장 입구에 ‘취재 거부 언론매체’라고 적힌 여러개의 입간판을 두고 26개 매체에 대한 취재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매체 취재 거부와 관련, 조직위 측은 입간판에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왜곡 보도하고 악의적인 폄훼 보도를 일삼는 언론매체의 취재를 전면 거부합니다. 이에 아래에 해당하는 언론매체의 취재 기자에게는 PRESS 비표를 발급하지 않으며 그 어떤 취재도 응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조직위 측은 입간판에 “해당 리스트에 없더라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위 기준에 부합해 판단되는 언론매체는 취재를 거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차별금지’를 외치는 퀴어축제에서 정작 자신들에 비판적인 시선과 관점으로 보도한 언론 매체를 사전에 걸러내 또 다른 차별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날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 사이의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견됐으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경찰의 철제 차단벽이 설치되면서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서울 잔디광장 주변에 약 2m 높이의 철제 차단벽이 둘러세워졌으며 차벽 앞에는 수백 명의 경찰병력도 배치됐다.
서울시도 이미 전날(27일)부터 청사 방호수준(총 3단계)을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출입문을 봉쇄했다. 서울시청 신청사의 정문과 지하 시민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문, 도서관을 통해 2층으로 들어오는 문을 폐쇄하고 현재 후문만을 개방, 신분증과 공무원증을 확인한 뒤에야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와 ‘예수재단’ 등 일부 기독교계는 서울시청 주변에서 동성애 규탄 집회를 열고 퀴어축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는 이날 서울시청 도서관 옆에서 ‘한국교회의 부흥의 날’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동성애·동성혼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적 지향 차별 금지? 니 멋대로 성’, ‘동성애의 인권? 에이즈의 광란!’, ‘대한민국 0.1프로가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의 약 50% 동성애를 통해 발생한다’, ‘동성애 동성혼 OUT’, ‘동성애 동성혼 결사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태극기를 휘두르며 난타 공연을 하기도 했다.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집회에 참가한 조모 씨(58)는 “동성애 동성혼이 합법화 된다면 우리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이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떠나서 우리 조국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앉아 보고 있을 수 없어 나왔다. 내 자녀들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과 결혼한다면 가만히 있겠나. 부모의 심정으로 나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예수재단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동성애 규탄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들은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동성애 홍보대사 박원순은 사죄하고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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