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구추방' 북 민주화운동가, 그가 중국서 한 일?
유재길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 자서전 통해 중국 내 북한민주화운동 공개
"나는 한국에서 학생운동을 할 때 보다 더욱 비장하고 단단한 각오와 용기를 내어 북한민주화 운동을 했다. 그리고 북한민주화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서) 8개의 음식점과 2개의 피시방을 경영했다." (유재길 자서전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 중 발췌)
지난 2012년 7월 20일, ‘국가안전위해죄’로 114일 간의 중국 억류 생활 이후 영구 추방돼 귀국한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이 중국에서 13년 동안 북한 민주화세력을 양성하기 위해 벌였던 활동을 낱낱이 공개했다.
2012년 당시 중국에서 북한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억류된 바 있는 유 처장은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외 3인 중 한명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는 7월 발간할 예정인 자서전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시대정신刊)를 통해 NL(민족해방)운동가로서의 삶, 중국내 북한민주화운동가로서의 삶을 회고하면서 북중 접경지대에서 벌였던 활동에 대해 상세히 공개했다.
그동안 김영환 연구위원 외 3인 등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북중 접경지대에서 어떻게,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에 대해서는 중국으로 나온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계몽활동’, 북한의 대안세력 육성 등 단편적인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유 처장은 자서전을 통해 13년 동안의 북한민주화운동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중국 내 북한인권운동가들의 활동 자금, 어떻게 마련했나?
유 처장은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의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재정사업을 전담했다고 자서전을 통해 밝혔다. 그는 활동자금 마련을 위해 8개의 음식점과 2개의 피시방을 경영하며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을 도맡았다.
그는 2000년 12월 약 6500만 원을 투자해 PC 60대규모의 피시방을 오픈해 성공을 거두고 더 큰 규모로 2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사업과 북한민주화운동의 병행, 경험 부재 등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PC방 경영을 접어야 했다.
유 처장은 “2000년 당시 중국에서 피시방이 막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좋은 실적을 기록해 80대규모의 2호점을 오픈했다”면서 “하지만 돈이 나오는 족족 활동비로 써야 했고 사업과 활동의 병행 등으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점차 하향세를 겪었다. 2002년 가을에 (피시방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유 처장은 한국의 여러 선후배를 통해 5500만원의 종자돈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2004년 12월 피자·돈까스 배달점을 오픈해 ‘대박’을 쳤다. 2005년에는 김밥집 오픈, 2006년 파파스 대련점을 인수하면서 순조롭게 재정사업을 벌여나가지만 모든 사업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그는 “(사업장을) 처분하면서 생긴 돈을 나눠 갖자니 너무 푼돈이어서 우리가 그래도 잘하는 분야인 김밥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장춘에 냈는데 2012년 3월 29일 중국 대련의 모처에서 나를 포함한 동료 4명이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천천히 사업을 확장하자는 말이 있었지만 당장 매달 돌아오는 활동비와 사업비 지급 때문에 늘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토로했다.
북한 내부 심은 정보원과 '위성전화'로 정보 거래
아울러 이 자서전에는 북한 내부에 침투시킨 요원이나 정보거래자들을 통한 활동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유 처장은 “우리와 정보거래를 하기로 한 ‘장 선생’에게 위성전화를 건네고 북한 장마당의 물가나 사건사고 등에 대한 소식을 전달받기로 했다”면서 “장 선생은 한달 평균 한두차례 위성전화로 북한소식을 간략하게 전해왔고 분기에 한 번씩은 중국으로 나와서 뉴스를 전하거나 때로는 장마당, 주요 거리를 촬영한 동영상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성전화를 북한으로 반입시킬 때는 화교들이 장사를 위해 북한을 출입하는 것을 활용했다. 위성전화기를 화교들의 거래물품 등에 숨겨 반입시키고 위성전화를 정보원의 거처 인근 야산에 묻어두게 했다. 이후 시간을 정해 한 번씩 꺼내어 통화하도록 약속했다.
유 처장은 “큰 목소리로 통화할 수 없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위성전화의 특성상 음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정한 시간에 같은 곳, 그것도 야심한 밤, 산에 올라가는 것을 수상하게 여길 수도 있어서 시간과 장소를 때때로 바꾸고 산에 올라가는 이유도 여러 개 준비하게 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 반 체제 인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요원을 투입시켰다가 잃은 사연도 자서전을 통해 공개했다.
유 처장은 2001년부터 2002년 여름까지 육성한 ‘요원’ 최삼룡을 ‘브로커’ 없이 단독으로 북한에 투입시켰다가 그를 북한 국경경비대에 의해 잃었다. 최삼룡은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 씨가 쓴 ‘대동강 로얄 패밀리’라는 책을 보고 분노한 탈북 주민이였다.
유 처장은 “삼룡이 투입이 3~4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삼룡이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시작해 무척 갈등했다”면서 “또한 시간이 늘어지면서 중국생활과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보안과 안전에 대한 원칙을 앞세울 것이냐, 어려운 결단이자 쉽지 않은 기회를 날릴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면서 “고심 끝에 삼룡이를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유 처장은 29일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대륙에서 북녘을 품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유 처장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서민의 참된 벗’으로 살고 싶다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북한의 개혁개방, 통일한반도의 새 시대를 여는 거대한 도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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